트럼프, 알래스카 야생보호구역에 석유개발 승인 논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서식지 vs 미국 내 최대 석유 매장지
러 북극권 토지 무상제공, 영유권 강화에 대응조치로도 해석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알래스카 북동부의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ANWR) 지역에서 석유시추와 천연가스 개발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해당 지역은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 등 야생동물들의 서식처이자 북미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지역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번 결정은 지역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북극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한다.
17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번하트 미국 내무부 장관은 "알래스카 ANWR 지역의 석유와 가스 개발과 관련한 모든 평가를 마쳤다"며 "연말부터 에너지회사들을 상대로 공유지 경매와 임대차 계약이 시작될 것"이라 밝혔다. 해당 경매에 낙찰받은 기업들은 석유와 가스탐사 절차를 시작할 수 있으며 추후 승인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0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환경론자들과 함께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대선캠프의 맷 힐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해 ANWR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으로 타격을 받은 연방소유 토지와 수역을 영구히 보호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크리스틴 몬셀 생물다양성센터(CBD) 선임 변호사는 "전 세계적으로 석유가 넘치는 시대에 아름다운 곳을 위태롭게 만들겠다는건 정신 나간 일"이라며 향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다.
ANWR 지역은 북극곰과 순록을 비롯해 멸종위기인 야생동식물들 다수가 서식해 1960년 야생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북미대륙에서 가장 많은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돼 공화당에서는 1980년대부터 줄곧 이 지역의 석유와 가스 개발 허용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민주당에 의해 번번이 좌절됐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오늘 발표는 새로운 에너지를 책임 있게 개발하려는 알래스카의 40년 여정에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며 "이 구역에 43억~118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알래스카 내에서는 환경 파괴 우려보다 석유와 가스 개발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부양할 것이란 기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앞두고 지역민심을 얻기 위한 개발정책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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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러시아의 북극 진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러시아는 앞서 자원 개발에 이어 북극권 지역 주민을 늘리기 위한 이주정책을 펴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북극ㆍ극동개발부는 지난달 16일부터 무르만스크주와 야말-네네츠자치구 등 북극권 지역에서 최대 5년간 1㏊ 규모의 토지를 5년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북극권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이거나 이주를 희망하는 러시아국민은 누구나 받을 수 있다. 러시아정부는 2014년 이후 북극지역에 20개 이상의 군항을 설립했고, 40여곳에 이르는 석유시추ㆍ천연가스 개발기지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개발과 더불어 지역주민을 늘려 북극지역의 영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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