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장사 남는게 없네…줄줄이 짐싸는 패션업체들
LF, 오프라인 매장 200여개 철수
코로나 직격탄에 실적 타격
비효율 매장 정리·온라인 강화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국내패션브랜드의 '脫(탈) 백화점'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백화점 역시 생존을 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매장들을 정리하면서 국내 패션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
24일 유통 및 패션업계에 따르면 패션대기업 LF는 전체 매장 800개 중 200여개를 철수하기로 하고 백화점과 논의 중이다. 헤지스, 닥스, 질스튜어트 뉴욕, 마에스트로 등 LF가 보유한 대다수 브랜드가 대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중 규모가 큰 롯데백화점에서 매장이 가장 많이 철수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백화점과 협의를 통해 적자점포를 줄인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조직개편을 통해 온ㆍ오프라인 브랜드를 통합한 영업본부를 신설한 코오롱FnC도 분위기가 심상찮다. 업계는 코오롱FnC가 브랜드 효율화 작업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잡화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들의 움직임도 다르지 않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내년 초까지 빈폴 액세서리 백화점 매장 50여개점을 차례로 정리하기로 했다. 금강이 전개 중인 핸드백브랜드 '브루노말리'는 16개 백화점 매장을 철수한다. 백화점 내 2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빈치스도 단계별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러브켓은 연말까지 5개 매장을 접기로 했다. 메트로시티도 57개 매장 가운데 10여개 매장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패션기업들이 주요 유통채널인 백화점을 떠나는 건 생존을 위해서다.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전 세계 패션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200년 전통의 미국 패션업체인 브룩스브라더스마저 이달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국내 패션 시장도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국내 패션 대기업인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1분기 310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은 각각 50.2%, 11.5%, 59.0% 감소했다. 임원 연봉도 10~30% 줄이고, 직원 대상 주4일제 근무를 시행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시행하고 있다. 패션업체들은 비효율 매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해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백화점이 적자매장을 정리하는 상황과 맞물려 패션업체들의 매장 구조조정은 과감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백화점 수수료 30~35%에 매장 점주 수수료 15%를 주면 사실 남는 게 없다"면서 "예전에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인 백화점에 진입하지 못하면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없었지만, 소비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어 손해 보면서까지 매장을 지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백화점들은 실적이 좋은 수입브랜드를 강화하면서 국내 패션브랜드를 퇴출하고 있다. 올 상반기 수입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성장했지만 국내 패션브랜드는 20% 이상 감소했다. 퇴출 신호탄은 현대백화점이 끊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점 본점 지하 2층을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 중심의 '더하우스 H'로 리뉴얼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브랜드는 대부분 철수했다. 트래디셔널 브랜드인 빈폴, 헤지스, 라코스테, 폴로 등 4개 브랜드도 나갔다. 신세계백화점은 리뉴얼 중인 강남점 3층을 명품브랜드로 채운다. 기존 패션브랜드 매장은 위층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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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유통업체와 패션업체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울 시점"이라며 "규모보다 실익에 초점을 맞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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