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 연간 6000여 건 발생
스마트폰·보조배터리 모양 등 다양한 초소형 카메라 판매
전문가 "불법 촬영물 유통시장 근절에 대한 대책 필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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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여성화장실·탈의실 등에서 불법촬영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범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불법 촬영 기기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논란이다. 여성들은 불법 촬영 피해를 우려하며 불안감을 호소하면서, 판매 금지 등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는 여성 신체를 상품화하는 인식 변화 및 불법촬영물이 유통되는 플랫폼 시장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등을 통해 '스마트폰형 불법촬영카메라'가 판매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함께 게시된 상품 상세페이지에 따르면 해당 기기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같은 모양으로 제작되었으며, 상단에 카메라 렌즈가 위치해 눕힌 상태로 촬영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물병, 안경, 펜, 보조배터리 등 다양한 종류의 초소형 촬영 기기가 판매되고 있어 여성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기기를 온·오프라인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데다, 실제 물건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는 연간 6000여 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등록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분기별 범죄 동향 리포트 제14호'에 따르면, 2018년과 지난해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 발생 건수는 각각 6086건, 5881건으로 집계됐다. 분기별로는 2018년 1분기 833건, 2분기 1440건, 3분기 1973건, 4분기 1840건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는 1분기 956건, 2분기 1294건, 3분기 1885건, 4분기 1746건 등으로 확인됐다.


최근 경남 김해와 창녕에서 남교사들이 교내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 설치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교내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또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청 별관 3층 여성화장실에서 불법촬영장비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경찰은 구청 내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구 소속인 30대 남성 공무원 A 씨를 붙잡았다. 당시 한 공무원이 화장지 케이스 안에 설치된 카메라를 발견하고 구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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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보니 여성들은 이같은 초소형 카메라 등의 판매, 유통 등을 규제해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직장인 A(30) 씨는 "학교나 구청 등 공공기관에서도 불법 카메라가 발견되지 않나. 직장이라고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집이 아닌 이상 항상 불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루가 멀다하고 불법촬영범죄 발생하는데 이렇게 불법 촬영 목적이 뚜렷한 카메라 등의 판매, 유통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면서 "판매 금지가 어렵다면 관련 법을 제정해 동종범죄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B(24) 씨 또한 "교내 화장실에서도 '몰카'가 발견된 적이 있다"면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이 이런 성범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있는데도 여전히 관련 대책은 없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판매 금지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여태까지 성범죄에 너그러운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니 이제라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불법촬영기기에 대한 규제뿐 아니라 유통시장 근절에 대한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장은 23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불법촬영기기에 대한 통제 그 자체가 이 폭력의 본질과 가깝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규제를 한다고 해도 규제를 피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유통이 될 수 있다고 할 때,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그 기기를 사용하면서 촬영하고 유통하고 싶어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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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국장은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상품화해서 유통하는 시장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여성의 신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점검하는 문화 운동과 유통시장을 근절하는 플랫폼 규제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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