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희 아시아경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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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다음달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주자. 출신고는 광주일고와 경북고. 호남과 대구ㆍ경북(TK) 지역의 대표적 명문고이다. 두 사람은 고교 평준화 이전 세대다. 1970년대 중반부터 평준화 제도가 도입되었다. 대도시에서 시험을 치르고 전통 명문고를 들어간 이들은 이제 모두 환갑을 넘겼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에서 '명문고 캐슬'이 붕괴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지고 있고, 정치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김부겸은 평생의 직업이 정치인이었다. 이낙연은 2000년 정치에 입문했다. 그전에 언론사 정치부 기자 생활을 꽤 했으니 역시 정치와의 인연이 깊다. 이낙연ㆍ김부겸의 출신 고교 얘기를 꺼낸 것은 그들이 구시대 정치의 막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출신 고교만큼 중요한게 없다. 정ㆍ관계가 특히 더했다. 'SKY 독식' 비판이 끊이질 않으나 대학 선후배는 고교 만큼 끈끈하지 않았다. TK가 득세했던 시절, 경북고를 나온 동료 기자들은 동문과의 관계만 착실히 챙겨도 누구보다 정보가 많았다. 진보 정권에서는 반대였다. 현 정권 초기 인사에서 광주일고 전성시대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시간이 흘렀지만 개각 및 청와대 개편 후일담을 듣다가 뒷머리가 쭈볏했던 적이 있다. 당시 막후에서 인사를 주물렀던 이가 조심스레 말했다. 지역안배를 안 할 수 없는데 몇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다. 첫째, 정권의 안위와 관련된 자리는 상대 지역 출신에게 주지 않는다. 예를 들면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검찰총장 등. 둘째 원칙이 충격적이었다. 야당 우세지역에서 주류 세력이 크지 못하도록 견제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호남을 배려하더라도 광주일고 등 명문고 출신은 되도록 배제했다는 설명이었다. 전남ㆍ전북의 외곽 고교를 나온 인사들을 중심으로 골랐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영남 출신이 발탁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정권의 견제를 받을 만큼 지방의 유명 고교 동문들의 유대감은 강렬했다. 때문에 이낙연ㆍ김부겸의 출신 고교만 놓고 보면 걱정스러울 수 있다. 고교 평준화, 그리고 세월 앞에 무너져 가던 '명문고 카르텔'이 좀더 연명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몸담았던 구시대 정치를 답습하지 않을까. 다행인 점은 두사람이 살아온 행적이다. 젊은 시절부터 알고 지내 나름 그들의 성품을 안다. 모두 '편가르기'와는 거리가 있고, 소탈하다. 정치경력에 비해 구태 정치인의 느낌이 덜하다.


이 의원은 2022년 대통령선거 출마의 길로 확실히 들어섰다. 현재 여론조사 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대표가 되면 대선에는 불출마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경선에서 떨어진다면 그 후의 행로는 유동적이다. 야당쪽의 대선 주자가 불투명한 지금, 대선주자급이 맞붙은 집권여당 대표 경선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경선 출마가 확실해지는 과정에서 다른 주자들은 스스로 물러났다. 여론조사 선두인 이 의원에게 힘이 쏠리고 있다. 어찌보면 벌써 줄서기가 시작된 셈이다. 유력한 대선 주자를 흠집내지 않으려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경선에 나선 이상 패배하면 큰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경선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구정치의 막내를 넘어 신정치를 이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특정 고교, 특정 지역, 특정 정치인맥에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선 캠프 구성부터 인의 장막이 드리워지지 않도록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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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아시아경제 전문위원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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