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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업하게 해준다더니…규제샌드박스 '그림의 떡'

최종수정 2020.07.20 11:25 기사입력 2020.07.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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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이해관계 첨예 사업은 먼 꿈
심의 문턱 높아 대부분 포기

전문가 "석달 걸리는 인허가 단축, 패스트트랙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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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장세희 기자]#자동차 매연 절감 부품을 만드는 회사의 A 회장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동차 연비 절감 및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개발한 뒤 규제샌드박스(규제유예제도)를 신청한 지 한 달이나 지나서야 "해당 사항이 아니니 신기술특례사업으로 신청하라"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 때문에 '임시허가'나 '실증특례' 같은 규제샌드박스 혜택을 받지 못했다. 승인을 기다리느라 시간만 허비한 것이다. A 회장은 "바이오헬스나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같은 신산업은 기술 개발과 함께 시험을 통한 데이터 축적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 상대는 해외 기업들인데 행정 절차 때문에 발목을 잡히고 데이터 축적도 각종 규제 때문에 못 하게 되는 마당에 규제샌드박스 정책이 효과가 있겠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올해 규제샌드박스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특히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산업 분야에서는 규제샌드박스 정책이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심의 문턱이 너무 높아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해봤자 떨어질 것이 뻔하니 시간낭비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규제샌드박스가 또 하나의 규제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갈등 첨예 업종, 승인 신청 엄두도 못 내=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산업 분야의 제품ㆍ서비스에 대해 기존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ㆍ유예해주는 제도다. 모래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놀듯이 기업도 규제 없이 혁신 사업을 마음껏 해보라는 취지로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기업이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하면 법령 검토, 규제 부처 심사 의뢰, 사전검토위원회(전문위원회), 특례심의위원회를 모두 통과해야만 실증특례나 임시허가를 받고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법에 따라 3개월 안에 주무 부처가 기업에 회신을 해줘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첨예하면 이마저도 더 늦어질 수 있다. 정부는 두 달에 한 번꼴로 심의위를 연다.


정작 기업들은 제도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말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심의에서 막힐 가능성이 크다 보니 아예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도 한다. 의약ㆍ바이오헬스 분야가 대표적이다.

단적인 예로 소비자의뢰(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첫손에 꼽힌다.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해줬는데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공용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사 때문에 승인 후 1년 넘게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기술정책과 특임교수는 "DTC 유전자 검사는 4건 중 1건밖에 승인을 못 받았고 승인된 사업도 실행 범위가 넓지 않은 데다 승인을 받은 사업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디지털 의료 등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규제샌드박스의 수혜를 포함한 획기적인 혁신을 해야 할 텐데 원격 의약품 택배 서비스 같은 사업은 아예 (기업이)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할 엄두도 못 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은 "혁신기업 입장에선 시장의 트렌드에 맞는 액션플랜을 얼마나 적시에 내놓을 수 있으냐가 중요한데 지방자치단체, 지방 공공기관이 아무리 지원을 해줘도 해당 규제와 법령이 뭔지, 제안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업체가 태반"이라면서 "심의까지 올라가는 데 힘 빼느니 안 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고 규제샌드박스가 또 하나의 규제가 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심의위 세분화하고 인력 충원해야"= 정부는 민간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분야별 전담기관(ICTㆍ산업ㆍ금융ㆍ지역) 외에 민간 접수기구로 대한상공회의소를 추가했다. 하지만 규제샌드박스 자체의 문턱을 낮추지 않고 접수 창구만 늘리다 보니 오히려 처리 속도는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창구를 늘린다고 접수 처리가 잘 되는 건 아니다"며 이제라도 자산 규모별ㆍ업종별로 위원회를 다르게 꾸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자산 규모별, 업종별로 위원회를 따로 둬서 고려해볼 만한 아이디어인지 아닌지를 좀 더 면밀하게 판단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며 "위원회를 세분화하면 관련 법이 겹치는 일은 아래 단계에서 해결하고 심의위는 안건을 정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심의까지 가는 게 경쟁처럼 돼버려 규제샌드박스의 취지 자체가 사라지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를 완화해줄 만큼 대단한 의미가 없는 사업은 앞 단계에서 3분의 2가량 쳐내고 심의위에서 남은 3분의 1가량의 안건을 집중적으로 심의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심의 단계를 나누거나 인력을 추가하는 것도 (심의의 질을 높이는)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세종 =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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