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생산성, 좀비기업이 갉아먹는다 (종합)
한국은행 BOK이슈노트
좀비기업 노동생산성, 정상기업 절반도 못 미쳐
정리되면 제조업 생산성 1%↑
업종·출현원인 등에 따라 세심한 구조조정 처방 필요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제 때 구조조정되지 못한 만성적 한계기업(좀비기업)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계기업은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런 기업들이 시장에 계속 머물며 새로운 기업의 진출을 막고,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에 정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상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 한계기업이 우리나라 제조업 노동생산성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만성한계기업 비중이 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정상기업의 유형자산증가율, 고용증가율, 노동생산성은 각각 연평균 0.5%포인트, 0.42%포인트, 1.0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계기업은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3년 이상 1 미만인 기업을 뜻한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데,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용어는 1990년 일본의 자산거품이 붕괴된 후 은행들에 의해 연명한 기업들을 가리키며 탄생했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국이 기업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했는데, 위기가 장기화하며 한계기업 정리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좀비(기업)를 정리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지원이 중단됐을 때 이 기업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10년 7.4%에서 2018년 9.5%로 2.1%포인트 늘었다. 만성한계기업 비중은 4.2%에서 5.8%로 1.6%포인트 늘어난 반면 신규한계기업은 3.7%로 0.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계기업의 질도 좋지 않았다. 2010년 -1.03 수준이던 한계기업 이자보상배율은 2018년 -2.4까지 떨어졌다. 수익성이 낮은 한계기업들이 생겨나고, 기존 한계기업의 퇴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따라서 한계기업의 정상기업 대비 노동생산성은 48%에 불과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 중에서도 만성한계기업과 저수익·고부채 한계기업의 노동생산성이 정상기업 대비 각각 47.7%, 41.3%로 낮았다. 기업규모별로는 소규모 만성한계기업의 노동생산성이 정상기업의 44.2%로 낮았다. 업종별로는 최근(2016~2018년) 기타운송장비(17.6%)와 의복 외 섬유제품(14.8%), 전자부품(13.4%), 펄프(12.9%) 등의 한계기업 비중이 급증했다.
송 부연구위원은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노동생산성이 상당 폭 개선될 수 있다"며 "지속기간과 출현 원인 등에 따라 노동생산성과 회생률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속성에 따라 처방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한계기업이 적체된 것은 금융회사들의 느슨한 대출관행, 국가의 정책금융, 과도한 비용으로 인한 폐업의 어려움 등도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한계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못한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의 경쟁력이 무너지고 기업이 '좀비화'하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꼽고, 상황에 따라 정부가 평가해 기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물꼬를 터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물·금형산업같은 경우 설비와 기술이 굉장히 낙후돼 있는데 뿌리산업은 한계기업이라고 해서 죽일 수가 없다"며 "이런 산업은 현대화시켜주고, 최신 설비를 운영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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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베트남산 수입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전업 등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주고, 규모 자체가 너무 작아 열악한 기업은 인수합병(M&A)을 해 규모경쟁력을 키워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이번 연구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기업활동조사 제조업 부문에 속한 기업 7만6753개 자료를 이용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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