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도 가끔 '어떤 취미를 갖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전문적 업무가 아닌 즐기기 위한 일로 무엇을 할까. 하루의 일과를 되짚어보면 여가에 운동을 하는 것이 내 취미라 할 수 있겠다. 이마저도 근 두 달 가까이는 못 하고 있다. 운동 이외의 또 다른 취미는 무엇일까. 와인 숍이나 서점을 둘러보는 시간이 즐거우니 이 또한 취미가 될 것이다.
서점을 둘러보던 중 대수롭지 않게 표지만 보고 지나친 책을 얼마 전에 선물 받았다. 유명 배우의 에세이로 하루하루가 바쁜 나에게는 너무 가벼운 이야기일 거라 여긴 거 같다. 헌데 의외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재밌었고 꽤나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책의 주된 내용은 저자의 취미인 '걷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앞서 취미를 여가를 즐겁게 보내기 위한 활동으로 정의했지만 저자의 취미는 하루를 돌아보고 인생을 투영해볼 수 있는,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위와도 같았다. 개인적으로 크게 세 가지를 느끼게 돼 누군가와 이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걷기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그의 걷기 사랑은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허락된 무명 시절에도, 시간을 쪼개 보내야만 하는 유명세를 얻은 지금에도 계속된다. 그러던 중 전국을 걷는 프로젝트를 작심하고 지인들과 그들만의 국토대장정 프로젝트를 완수한다. 그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감동과 뿌듯함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을까. 무언가 벅차오르는 감정을 묘사해줄 거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허무함을 느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적잖이 놀랬다.
그렇다. 우리는 무언가 거대한 것을 이룰 거란 열정과 집념 아래 전진만 하다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나눠 마신 물 한잔, 바람에 땀 한 방울을 식히며 지켜보던 석양을 모두 잊어버릴 수도 있다. 어쩌면 길의 끝에서 거대한 성과가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제 걷고 오늘 걸은 길 위에서 다시는 마주하지 못할 값진 경험들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두 번째, 내가 걷는 길이 과연 내가 원하는 길일까. 아니면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해변에서의 바다 내음과 하늘을 나는 새들의 자유로움을 보고 싶어 걷겠다고 나선 이가 산기슭을 따라 걸으며 이런저런 약초를 탐구하고 있다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그러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런 행보를 자주 선택하지 않는가. 우리 인생은 걷고 또 걸어야 하는 머나먼 여정과도 같다. 내가 최초에 선택한 결심을 타인의 결정에 휘둘리지 말고 걸어가는 '중심'을 가져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정한 그 길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가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그것은 지치지 않고 묵묵하게 갈 수 있는 '좋은 습관'이다. 때론 귀찮아서 이불을 푹 눌러쓴 채 꼼짝않기도 하고 이틀 동안 걷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늘은 숨이 차도록 뜀박질을 한다면 컨디션 난조로 매일 걷는 습관을 만들 수 없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걷는 연습을 하고, 몸에 배어 습관이 된다면 난 절대 제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다. 분명 내가 가고자 한 목적지에 어제보다 가까워질 것이다.
때론 조바심을 내다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최근엔 운동을 못 하는 처지가 됐다. 몇 번 경험한 실내암벽장에서 빨리 실력을 늘리고 싶은 욕심에 무리하다 발목 인대가 손상돼 결국 암벽장 근처에도 얼씬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마찬가지다. 더 빨리, 더 큰 성과를 얻고자 요행을 바라지 않고 하루하루 조금씩 전진해야만 한다. 잊고 지나치기 쉬운 '내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으니 참으로 고마운 책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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