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오늘 현대기아차 ‘산재사망 근로자 유족 특채’ 사건 공개변론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사용자에게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을 특별채용 하도록 정한 노사 간 단체협약은 유효일까, 무효일까?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회의 균등을 해쳐 무효라는 입장과 사용자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볼 때 유효하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대법원이 ‘단체협약의 내용상 한계’라는 법리적 쟁점과 노사관계에 관한 중요한 쟁점이 내포된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17일 공개변론을 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모씨의 유족이 두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 사건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노동법 전문가인 권오성 성신여자대학교 교수와 이달휴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유족과 회사 측 참고인으로 나와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될 공개변론은 크게 ‘법리적 측면에서 해당 단체협약이 공서양속에 반해 무효인지’와 ‘현실적 측면에서 사회 일반이나 당사자에 미치는 영향’ 등 두 파트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양측 변호사가 각각 변론 요지를 밝힌 뒤 참고인으로 출석한 전문가들의 의견진술, 대법원장의 각 관련기관 및 단체의 의견서 요지 소개,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된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2월 대한변호사협회와,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주요 노동자단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4개 단체에 이번 사건의 쟁점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은 “산재유족 특별채용을 규정한 단체협약을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며 개별 사건마다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사용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은 직원에 대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책임을 다하기로 스스로 결정한 만큼 채용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아니며 유효성을 인정하더라도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경총은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우리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채용의 공정 내지 기회 균등의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무효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1985년 기아차에 입사해 23년간 금형세척 업무를 한 이씨는 2008년 2월 현대차 남양연구소로 전출한 지 6개월 뒤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0년 사망했다. 이씨의 유족이 낸 유족급여 신청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이씨가 세척제에 함유된 발암물질인 벤젠에 오랜 시간 노출돼 백혈병을 앓게 됐다"며 산재를 인정, 1억8000여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이씨의 유족은 '산재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고 정한 단체협약 규정을 근거로 이씨의 자녀를 채용해줄 것과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금 2억36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산재사망자 유족의 특별채용을 정한 단체협약 규정을 무효라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고용계약을 장래 불특정시점에 불특정인과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단체협약 규정은 사용자의 고용계약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고, 사실상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사실상 고착된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리 사회의 정의 관념에 반한다”며 “민법 제103조가 정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유족의 생계보장은 금전으로 이뤄지는 것이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해당 단체협약 조항이 법리적 관점에서 무효인지 외에도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에서 이와 같은 ‘산재유족 특별채용’을 인정하고 있는지, 또 대법원이 이런 협약 내용을 유효라고 판단했을 때 업계에 미칠 파급효과 등 현실적 측면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공개변론은 오후 2시부터 대법원 홈페이지, 네이버TV, 페이스북 Live,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또 공개변론을 마친 뒤에는 전체 풀영상 외에 ‘공개변론 하이라이트’ 영상을 대법원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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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법정에 들어가는 소송대리인, 법원관계인, 기자 등은 전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변론을 할 때만 소송대리인이나 참고인이 마스크를 벗고 발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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