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내보내야" vs "방역 사각지대 위험" 코로나발 외국인 혐오 논란
베트남 출신 확진자 두고 "방역 협조 안하는 외국인 추방해야"
강제 출국 우려로 방역당국 연락 안 받아
국내 외국인 불체자 38만명 이상…'방역 사각지대' 우려
혐오 시선·발언이 외국인 방역 참여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부천 한 나이트클럽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해당 나이트클럽 입구가 폐쇄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베트남 출신 불법체류자 A 씨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법체류자 등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검거해 국외로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외국인 배척과 혐오가 이들을 '방역 사각지대'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지난 1일 서울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베트남 출신 불법체류자 A 씨는 지난 15일 지인이 사는 경기 부천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진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A 씨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는 신원을 묻지 않는다는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자신의 휴대전화 연락처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남기지 않았다. 이후 양성 판정이 나온 16일 A 씨는 휴대전화를 꺼두고 방역당국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문제는 A 씨가 이태원 클럽 외에도 친구 집, 나이트클럽, 노래방 등을 방문했다는데 있다. A 씨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지난 9일 오후 부천시 오정동에 위치한 친구 집을 방문해 32명과 접촉했으며, 이날 오후에는 부천 '메리트나이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해당 나이트클럽에는 25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A 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서 강제 출국을 두려워 해 방역당국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A 씨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클럽, 술집 등 밀폐된 공간을 방문해 코로나19를 확산시켰고 확진 판정 이후 방역당국 연락을 받지 않은 것은 무책임했다는 지적이다.
20대 직장인 A 씨는 "다른 사람들은 놀 줄 몰라서 유흥시설에 가지 않은 게 아니다. 게다가 역학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며 "불체자 신분인 것을 떠나서 비난 받아야 마땅한 일이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B(29) 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인데 나이트클럽에는 왜 갔나"라며 "더 조심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같은 비판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일부 해외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 출입도 엄격히 금하고 있다"며 "방역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불법체류자들은 모두 검거해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같은 의견이 오히려 외국인들을 위축시켜 방역망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대 대학원생 C 씨는 "정부가 불법체류자 등에 무료 코로나19 검사를 지원하는 것은 이들 중 실제 감염자가 있으면 순식간에 다른 집단으로 확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우리가 이들을 배척하면 결국 위험은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역 인근 거리에 코로나19 유입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정부는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에 대해 무료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외국인 체류자에 대한 방역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중대본은 증상이 있는 체류자에게 무료 검사를 지원하고, 외국인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16개 언어로 코로나19 검사 체계를 안내하기로 했다.
한편 법무부는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 중일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에 대해 강제출국 걱정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단속을 일정 기간 유예하기로 했다.
정부가 불법체류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독려하는 것은 이들이 '방역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총 38만7001명으로, 국내 체류 전체 외국인 수 220만명 중 17.6%에 달했다. 이들 중 기존 방역망이 포착하지 못한 숨은 감염원이 있을 경우, 외국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삽시간에 지역 감염이 퍼질 수 있다.
전문가는 영주권 제도 개선 등 이민 제도를 정비하고, 이주민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시선이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중 불법체류 상태가 된 이들 대부분은 노동 비자를 발급 받아 한국에 정착했다가 기한 연장에 실패해 비자가 만료된 경우가 많다"라며 "장기 체류한 이들에 대한 영주권 발급 등 이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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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또한 미등록된 이주노동자들도 단순한 외부인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불법체류자보다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용어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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