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리쇼어링 집착마라…"호주, 캐나다, 벨기에, 싱가포르, 홍콩 주목"
수출기업 유턴시켜 고용·투자 늘리는 건 기본
"무역 의존도 높은 나라끼리 뭉쳐야 블록경제 파고 넘는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여 고용과 실적을 창출하는 리쇼어링 정책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 현지에서 물건을 만들어 바로 팔게 해 국부를 창출해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호주, 캐나다, 벨기에, 싱가포르, 홍콩 등 무역 의존도가 높고 대외 참여를 추구하는 나라들을 눈여겨보라는 조언이 나온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기업에 대한 316조원 이상의 무역금융 지원, 유턴 기업의 국내 사업장 증설 시 법인세 혜택(5년간 전액, 이후 2년간 50% 감면)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돈을 벌고 일자리도 만들라는 취지에서다.
학계 일각에선 리쇼어링 정책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해외에 나간 기업이 현지에서 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불확실성 확대로 각국이 지역별 통상 제역을 대놓고 취하는 블록경제가 확산할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GVC) 확보를 위한 교섭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쉽지 않은 만큼 무역의존도를 조금씩 낮추는 안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문이다.
가령 일본의 무역의존도는 20%대고 영토가 넓은 중국조차 40%대 미만이다. 한국은 90%가 넘는다. 일본의 무역의존도가 한국보다 낮은 이유는 교역을 덜 해서가 아니라 현지에서 만든 상품을 현지에서 팔아버리는 '디소싱'을 잘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나라 경제의 규모에 비해 물자를 옮겨야 하는 교역 비중을 축소함으로써 각국이 교역 장벽을 높여도 비교적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주요국의 무역 장벽을 함께 피할 디소싱 파트너를 찾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다자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 우리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근본적인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므로 우리가 먼저 이들 국가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적극 취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의 협상력이 주춤하는 틈을 타 관련 모임을 한국이 조직해 리더로 올라선 다음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같은 의제에 목소리를 낸다면 여러 다자 교섭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계는 파트너 후보로 호주, 캐나다, 벨기에, 싱가포르, 홍콩 등을 꼽는다. 이런 나라들을 교섭 우선순위로 조정한 뒤 우리 주도로 새로운 그룹을 꾸린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이 나라들에 보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 이유로 ▲대외 무역의존도가 우리처럼 높고 ▲기업이 많으면서 ▲한국과 공통의 이해관계를 추구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과 산업 활동을 하고 ▲대외 정책 및 국가 간의 파트너십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나라라는 점을 꼽는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을 '기업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 대기업을 국내로 돌아오게 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리쇼어링 정책은 기본"이라면서도 "앞으로의 통상 환경은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추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시각으로 헤쳐나가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우리와 비슷한 나라와의 무역 그룹을 만들어 협상력을 높여야만 각국의 무역 장벽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산업 중에선 언택트(비대면) 서비스, 디지털 유통,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제조업 등을 당장 키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해외에 진출해 디소싱을 하는 '디쇼어링'에 적합하거나 각국의 무역 장벽에 잘 대응할 수는 있지만 초기 자금난으로 자력 성장이 어려운 산업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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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비대면 서비스 ▲디지털 유통 ▲바이오산업 ▲수소·전기차 등을 꼽았다. 최 교수는 "대체재가 없을 정도 수준의 국내 차세대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들어야 높아질 세계의 무역 장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며 "어중간한 수준의 경쟁력으로는 관세와 쿼터별 무역장벽에 막힐 것이므로 최소한 다른 나라가 초기 독점 기간엔 넘볼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수준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근본적인 기술 혁신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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