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 '조변석개' 평양 도발, 강경대응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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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가 나와 뺨 치고 어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 여권으로는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인데 갑자기 북쪽에서 한밤중에 청와대를 공격한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지난 3일 밤 우리 정부를 향해 말폭탄을 쏟아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판문점 회동 등에서 남북 정상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김 부부장은 "저능한 사고" "세 살 난 아이들" "겁먹은 개" 등 원색적인 언어로 청와대를 공격했다. 평양의 막말이야 지난해부터 익숙해져 있지만 갑자기 국민 여동생으로 착각해온 김 부부장이 비속어 폭탄에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 쌓아온 불만을 여동생의 입을 빌려 터뜨렸지만 갑자기 하루 만에 청와대는 애매모호한 발표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친서를 주고받았단다. 무슨 내용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무슨 친서를 교환했는지 국민은 정확하게 알 길이 없다. 그러자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마스크 지원을 요구했으나 청와대가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통일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항의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남북 보건 협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전후 남북 간 물밑 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더니 북한은 일주일 만에 다시 방사포 3발을 동해에 발사했다. 조변석개(朝變夕改)라는 사자성어에 나오는 원숭이도 아니고 유엔(UN) 회원국이며 정상국가라고 자처하는 평양 정권이 자행하는 지그재그 행태의 저의는 다음과 같다.


우선 북측의 오락가락 행보는 남측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당국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문 발표 이후 코로나19 등으로 동면 상태인 평양 정권에 물밑 대화를 제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북 철도·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 등 어떤 협력 사업도 남측 독자 추진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대화 제의는 북측에 가소로운 일이다. 남측은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남북 화해의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하지만 15만 평양 군중 앞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을 허용하는 등 파격적인 거래에도 현실은 냉엄하다는 사실을 김정은 체제도 인식했다. 평양도 북핵 해결 없이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엄중한 상황을 파악했다.

결국 저능아 표현이 등장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최근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청와대가 우려를 드러낸 게 북한을 자극한 것 같다는고 평양을 배려한 해석을 내놓았으나 그렇다고 김 부부장이 등장할 사안은 아니다. 남북 간의 치열한 물밑 공방 구도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피상적인 분석에 그친다. 아무 대화도 없는데 실세 남매가 갑자기 청와대를 조롱하고 하루 만에 최고 존엄의 친서가 오고가고 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는 신무기인 장거리 방사포의 실전 배치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주간 단위의 군사 도발 일상화로 향후 중대 국면에 대비하고 있다. 연말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밝힌 정면 돌파는 신무기 개발로만 가능하다는 전략에 따라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해 북·미 정상회담은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언으로 미국을 다시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신형 무기 개발의 실전 배치가 급선무다. 친서와는 별개로 신무기 시험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오히려 북측은 갑질을 일상화하면서 남측 길들이기를 하는 데 군사 도발을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대한 청와대의 미지근한 유감 표명조차 "완벽한 바보" 등 막말과 욕설 대상으로 삼았다. 그래도 '대북 환상'에 빠진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심기를 살피며 '입장을 내지 않겠다'라는 저자세다. 국민의 자존심은 어디에 없는 모욕이다. 이제 대북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오밤중에 평양의 최고 남매로부터 해괴망측한 소리를 계속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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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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