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 여성에 먹물 뿌려
피해 여성 스타킹 갈아신으면 몰래 주워가
스타킹에 성 만족감 느껴 진술
서울 서대문, 부산서도 유사 사건 발생
물품음란증인 성도착증 범죄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스타킹으로 성적인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다"
2015년 이른바 '강남역 스타킹 먹물 테러' 사건의 용의자 A 씨가 경찰에 붙잡힌 직후 진술한 범행 동기다.
그는 경찰에 붙잡힐 당시 먹물이 묻어 버려진 피해 여성들의 스타킹을 자신의 바지 안쪽에 숨기고 다녔다. 또 일부는 사건 현장 인근 화단 안쪽 등에 숨겼다.
그는 최초 범행 이유에 대해 "스타킹 좋아하는 카페가 있다"면서 "(처음에는) 그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고 따라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특히 피해 여성들이 승무원에 집중된 것에 대해서는 "그냥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스타킹으로 성적인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이틀 정도 보관하고 가지고 있다가 버린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5년 12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스튜어디스 복장을 한 20대 여성 B 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몰래 뒤따라갔다.
그는 많은 사람으로 혼잡한 틈을 타 미리 준비한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긴 먹물을 스포이트를 이용해 B 씨의 다리에 뿌려 신고 있던 스타킹을 못 쓰게 만들었다.
A 씨는 이런 수법으로 2015년 말부터 2016년 10월 말까지 16차례 강남역 부근에서 치마 정장을 입고 있거나 스튜어디스 복장을 한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A 씨 범행은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서야 끝났다. 그는 피해 여성들이 먹물 묻은 스타킹을 갈아 싣고자 인근 건물 화장실로 들어가면 주변에 몰래 숨어있었다.
이후 피해 여성이 스타킹을 갈아신고 나오면, 뒤따라 들어가 버려진 스타킹을 갖고 나와 몰래 성적 욕구를 채우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이전에도 유사한 범행을 벌여 이미 3차례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 부산에서도 유사 사건…침 뱉고 구두약 뿌리고
여성의 신체 부위에 먹물을 뿌리는 범죄는 앞서 부산 금정구 부산대에서도 일어난 바 있다.
B 씨는 2017년 10월 12일부터 26일까지 5차례에 걸쳐 부산대에서 치마와 스타킹을 착용한 여대생 다리에 플라스틱 통에 든 액체 구두약을 몰래 뿌리고 도주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B 씨는 경찰에서 "구두약을 뿌리면 여학생들이 깜짝 놀라는 데 쾌감을 느꼈고,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해 7월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에서 여성들에게 상습적으로 다리에 침을 뱉은 혐의로 남성 C(당시 38)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피해자는 "자신이 치마를 입었을 때만 다리 쪽에 반복적으로 액체가 튀었다"며 주장했다.
여성 다리에 먹물 등 액체 테러…물품음란증이란
A 씨가 저지른 범죄는 일종의 성도착증에 따른 범행으로 물품음란증에 해당한다. 이는 무생물적인 물건 사용을 포함하여 일으키는 강한 성적 충동과 공상을 말한다.
성적 각성을 위해 이성의 속옷, 스타킹, 신발, 손수건 등 이성의 몸과 밀접하게 연관된 물건을 주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는 머리카락, 눈썹, 손톱, 발톱, 음모 등 신체 일부를 수집하고, 이를 성적 공상이나 혼자만의 성행위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는 해당 범죄는 성적용망을 충족하는 성범죄이고, 처벌 역시 성폭력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tbs '색다른 시선, 이숙이입니다'에서 "이들의 공통적인 동기는 결국 여성의 스타킹에다가 먹물을 테러를 해 가지고 느낄 수 있는 쾌감이 있었다. 그게 바로 성적인 쾌감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게 본질이 어쩌면 성적인 욕망, 삐뚤어진 욕망의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 아니냐, 이게 이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호영 변호사는 이들 처벌 수위에 대해 "범죄의 가벌성이 재물손괴만으로 이건 충분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봐서는 차라리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에 이런 조항을 넣는다든지 이런 부분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남역 먹물 테러' 피의자 A 씨에 대해 법원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7년 3월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위해 계획적으로 사건을 감행했다"며 "비록 피해물품의 경제적 가치는 작으나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의 잘못된 성적 욕구가 2차 성범죄로 이어지지 않았고,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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