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값 폭락' 印尼, 부화직전 달걀 1000만개 폐사

[아시아경제 자카르타 최수진 객원기자] 인도네시아 농가들이 닭고기 가격 폭락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계속된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사상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치면서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가 대대적인 달걀 폐사 대책까지 들고 나왔다.

10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낳은 지 19일 이상된 부화 직전 달걀 1000만개를 폐사하기로 결정했다. 닭고기 공급 과잉에 따른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닭고기 값 폭락으로 현지 양계 농가들이 고사 직전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 닭고기 소매가격은 ㎏당 3만루피아(약 2500원) 선. 이는 연초 대비 25%나 급락한 시세다. 2016년 5만5000루피아였던 것과 비교하면 45%나 떨어진 것으로, 최근 3년 이래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세가 ㎏당 1만루피아에도 못 미치면서 판매가격이 생산비용에도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가금류 생산 업체 주가도 최고 36%나 폭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닭고기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가장 대중적인 식재료다. 당장 닭고기값 폭락으로 소비자들의 구매가격은 낮아졌지만 반대급부로 농가의 소득 기반이 무너지면서 인도네시아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6월에도 대대적인 폐사 조치를 단행했지만 닭고기 가격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당시 정부는 이슬람 최대 종교휴일인 르바란을 기해 2주 간격으로 300만마리의 닭을 폐사시켰었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잡파 콤피드, 말린도 피드밀 등 인도네시아 내 45개의 대형 가금류 사육기업들은 오는 20일까지 대규모 달걀 폐사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양계 농가와 관련 기업들은 가격 폭락 외에 시장개방으로도 어려움에 맞닥뜨린 상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 조정에 따라 당장 오는 11월 말부터 브라질산 가금류 수입 장벽이 낮아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앞서 브라질 정부는 2014년 인도네시아 정부의 부당한 가금류 수입 규제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WTO에 제소했었다.

이와 관련해 응가르티아스토 루키타 인도네시아 무역부 장관은 "브라질산 닭고기와 관련 가공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완화하되 국제보건규정과 무슬림 율법의 할랄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카르타 최수진 객원기자 nyonya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