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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아마존의 길, 쿠팡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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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연합뉴스)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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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업계에선 규모가 중요합니다."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조스는 1999년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인프라 투자를 그렇게 많이 해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놓은 대답이다. 1994년 문을 연 아마존은 2002년이 돼서야 첫 흑자를 냈다. 이전까지는 내리 적자였다. 2000년에는 그 규모가 무려 14억달러였다. 아마존이 추구한 '규모의경제'는 상품 직매입에서 출발한다. 상품거래를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사들여 보관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하루이틀 내로 고객에게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야말로 돈을 쏟아부어야만 지탱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사들인 물건을 보관할 공간, 즉 창고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하다. 아마존에서 일했던 어느 블로거는 아마존이 돈을 버는 족족 물류센터 짓는 데 썼다고 했다. 물류센터는 적자의 원흉(?)이었다. 아마존은 이런 전략으로 미국 온라인 시장의 50% 가까이를 점유하게 됐다. 연회비 기반의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자는 미국 전체 가구의 60%를 넘겼다고 한다. 규모의경제는 생산 규모를 늘릴수록 비용 절감의 여지가 커지고, 이에 따라 수익성이 올라가는 구조를 일컫는다. 앞뒤 안 가린 투자가 베조스식(式) 규모의경제를 창출했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겠습니다." 공룡처럼 덩치를 키운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지난해 11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20억달러의 '총알'을 공급받고 이런 포부를 밝혔다. 쿠팡은 아마존을 따라걷는다. 직매입 기반으로 '로켓배송'을 하고 지난해까지 축구장 167개 넓이의 물류인프라를 구축했으며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로 고객의 소비습관을 장악하려 한다. 매출 신기록과 적자 신기록을 매년 새로 쓰고 있으니 재무상의 성적표 또한 과거 아마존의 복사본이다. 아마존이 진출하지 않은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을 쿠팡이 아마존식으로 잠식하려 한다.


시장의 여건이 만만하지는 않다. 신세계와 롯데, 이베이, 11번가 같은 전통의 강자들이 쿠팡을 둘러싸고 있다. 개별 커머스기업에 대한 고객의 집중도를 저하시키는 네이버와 다음의 존재 역시 아마존같을 수만은 없는 배경이다. 아마존이 구축했고 쿠팡이 따라가는 규모의경제는 결국 점유율로 설명된다. 우리 시장의 경우 점유율이 30% 정도 돼야 규모의경제가 작동할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쿠팡의 점유율은 아직 10%에 못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에는 적자가 1조원을 넘었다. 지난 5년 동안 총 3조원의 적자를 냈다. 쿠팡 사람들은 의도한 대로, 계획한 대로 나아가는 중이라서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쿠팡은 아마존이 될까?


쿠팡 인천 물류센터 항공뷰

쿠팡 인천 물류센터 항공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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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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