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과학을읽다]마약 대용? 프로포폴의 용도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프로포폴은 우리나라에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해 규제하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프로포폴은 우리나라에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해 규제하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재벌가 자제들과 연예인들의 마약스캔들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한 상황입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내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는 프로포폴 과다투약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 역시 유명 재벌가 자제가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빌미가 제공된 것입니다. 성형과 미용을 이유로 유행처럼 프로포폴을 투약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까요?

프로포폴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9년 6월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사망 이후부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이전부터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한 '주사 아줌마'들의 득세로 프로포폴의 무분별한 투약 행위 등이 일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 때의 유행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프로포폴의 과다투약 문제는 마이클 잭슨의 사망원인이 프로포폴 과다투여로 인한 심정지로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프로포폴의 오남용과 중독의 심각성을 절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해 규제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규제를 비웃듯 유명 연예인 등의 프로포폴 오남용이 끊이지 않고, 프로포폴의 국내 사용량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프로포폴은 1977년 영국의 화학회사인 ICI가 개발한 수면마취제입니다. 프로포폴은 페놀기가 붙어 있는 화합물로 물에 녹지 않아 물 대신 대두유에 약품을 녹여 주사약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탁한 흰색으로 보여 우유주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프로포폴은 기존에 사용하던 마취제들에 비해 작용 시간이 빠르고, 보다 깔끔하게 회복되는데다 마취 중 호흡 마비의 위험성도 적다는 이유로 의사들이 선호하면서 마취뿐 아니라 다른 여러 용도로 그 사용범위가 확장됩니다. 원기회복에 좋고 식욕을 저하시켜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고 알려지면서 강남 일대에서 유행처럼 주사를 맞기도 했습니다.


프로포폴은 뇌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수치를 높여 뇌 기능을 억제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물질인 뇌의 도파민 조절 기능도 마비되면서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프로포폴 중독자가 생기는 이유입니다.


보통 프로포폴을 맞고 마취돼 잠들 경우에는 도파민의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고 합니다. 마취할 때는 많은 양의 프로포폴을 주사하는데 몸 속에서는 빨리 분해돼 사라지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자주 마취한다고 해서 프로포폴에 중독되지는 않습니다. 중독자는 기분좋은 도파민의 도취감을 느끼기 위해 마취되지 않을 정도의 적은 양을 자주 맞아서 되는 것입니다.

환자에게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주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환자에게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주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그렇다면 프로포폴 과다투약으로 사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프로포폴을 맞으면 무호흡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존 마취제에 비해 무호흡증을 일으키는 빈도는 비슷하지만 무호흡 지속 시간은 프로포폴이 더 길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로포폴을 투약할 때는 산소 등 응급장비를 갖추고 의사가 환자의 곁에서 호흡하는지 여부를 항상 관찰해야 합니다.


문제는 오남용자나 중독자가 병원이 아닌 곳에서 비합법적 경로로 구한 프로포폴을 혼자 몰래 맞기 때문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호흡증으로 사망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국내에서는 비합적이고 무분별하게 사용되거나 마약 대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부정적으로 인식돼 있지만 해외에서는 프로포폴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고 합니다.


지난달 미국의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프로포폴이 부정적인 기억인 트라우마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우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단기로 기억상실을 초래하는 프로포폴의 단점을 잘 활용하면 잊고 싶었던 기억만 골라 지울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에는 프로포폴 개발자에게 환자들의 고통 경감에 크게 기여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스커상(Lasker Award)'이 수여되기도 했습니다.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최초라고 합니다. 마약류 지정으로도 모자란 것일까요? 프로포폴 오남용이 점점 심각해지는 추세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추가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의약품 본래의 용법과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