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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포커 치는 개들/김상미

최종수정 2019.04.24 10:05 기사입력 2019.04.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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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운 척, 남자다운 척, 남자다운 척 있는 대로 폼 잡다 어른이 된 남자와 여자다운 척, 여자다운 척, 여자다운 척 있는 대로 내숭 떨다 어른이 된 여자가, 결혼한 지 15년 만에 큰 집을 장만했다며 우리를 초대했다. 근사한 정원인 척하는 잔디밭과 몇 그루 꽃나무를 지나 실내로 들어서니, 우아하고 세련된 척하는 가구들과 전문가 뺨치는 오디오 시설에 영상 기기들까지 척, 척, 척 설치해 놓고, 자랑스레 우리를 반기며 아주 행복한 척, 에로틱한 척 은밀한 침실까지 슬쩍 보여 주었다. 우리는 부러운 척, 탐나는 척 어머, 어머, 감탄사를 남발하며 아주 모던하고 담백한 척 건강미를 뽐내는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척, 즐거운 척, 황송한 척 밥과 차를 마시고, 제각기 준비해 간 선물 보따리를 풀며 마치 그들의 행복이 곧 우리의 행복인 척 환하게, 환하게 웃으며, 거실 한가운데 턱하니 걸려 있는 C. M. 쿨리지의 그림 <포커 치는 개들>을 바라보았다. 어머머, 저 개들 좀 봐. 개들인 주제에 인간인 척 열심히 포커 게임 중이네. 기분 묘하게도 우리처럼 딱 일곱 마리네. 하기는 요즘엔 인간이나 개나 크게 다를 바 없는 세상이니 개가 인간인 척한다고 놀랄 일도 아니지. 우리도 저들처럼 신나게 포커나 한 판 칠가? 그러고선 쪼르르 카드를 가지러 가는 주인 부부. 하긴 오늘 우리가 척, 척, 척하며 그들에게 흔들어 댄 꼬리만 해도 얼마냐. 졸지에 인간 아닌 척 신나게 포커 치는 개가 된다 한들…….


[오후 한 詩]포커 치는 개들/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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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놉(snob)'은 우리말로 '속물'인데, 근대 이후 특히 부르주아지가 귀족의 삶의 방식을 마치 본래 자신들의 것인 양 취하곤 젠체한 것을 뜻했다. 그러던 것이 요즘 들어서는, 예컨대 '스놉 효과'라는 말이 가리키듯이, '자기(self)'를 기획하고 창안하는 기제로까지 등극하게 되었다. 그러나 '스놉'은 어쨌거나 텅 빈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성하지도 입증하지도 못하는 자의 실패담일 공산이 크다. 있는 척, 잘난 척하는 사람이 결국엔 슬퍼 보이는 까닭은 그런 '척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공허함 때문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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