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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위헌 이후 '스텔싱' 외치는 남성, 여성이 마주한 또 다른 공포

최종수정 2019.04.12 16:40 기사입력 2019.04.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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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스텔싱' 하겠다"는 글 다수 게시
임신·성병 등 위험에 무차별 노출될 가능성

낙태죄 위헌 이후 '스텔싱' 외치는 남성, 여성이 마주한 또 다른 공포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여성들이 자신의 인권을 위해 수십 년 동안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 왔고, 헌법재판소는 결국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낙태죄 도입 66년 만에 폐지를 위한 입법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일부 남성들이 '스텔싱(stealthing, 성관계 중 합의 없이 피임기구를 제거 혹은 훼손하는 것)'을 거론하면서 낙태죄 폐지와 동시에 스텔싱을 범죄로 정의, 처벌해 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헌법재판소는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4(헌법불합치)대 3(단순위헌)대 2(합헌)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조항을 개정해야 하며, 이 기한까지 법 개정이 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헌재의 위헌결정 이후 일부 남성들은 ‘스텔싱’을 거론하고 나섰다. 성관계 도중 상대 몰래 콘돔을 제거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레이더 등에 탐지되지는 않도록 위장하는 군사 기술인 '스텔스'에 빗댄 말이다. 남성들이 '콘돔없이 성관계할 때 느낌이 더 좋다'는 이유로 스텔싱을 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상대를 임신시키기 위해 스텔싱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텔싱을 당한 여성들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할 수 있고, 성병이 옮을 가능성도 커진다. 즉 스텔싱으로 인한 피해는 여성이 온전히 짊어져야 하는 셈이다.

낙태죄 위헌 이후 '스텔싱' 외치는 남성, 여성이 마주한 또 다른 공포


실제로 일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럼 앞으로 XX녀 강제 임신시킨다. 그리고 연락 두절한다. 100명이 목표", "OO(합의되지 않은 체내 사정을 하고 도망가는 것)해도 합법이네. 이제 책임은 필요 없어졌습니다", "콘돔 안 써도 되겠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사실 스텔싱하는 방법, 경험담 등은 위헌결정 이전부터 온라인상에 공공연하게 올라왔다.


남성들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거론되는 '스텔싱'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공론화된 범죄다. 캐나다는 지난 2014년 고의로 콘돔에 구멍을 내 여성을 임신시킨 남성에게 성폭행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독일에서도 상대 여성의 동의를 얻지 않고 콘돔을 제거한 36세 남성 경찰관이 처음으로 성폭력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현재 스텔싱 관련 법안은 물론 이와 관련한 정의조차 제대로 성립돼있지 않아 처벌할 방법이 없다. 스텔싱 피해자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거나 성병에 걸렸어도 여성 입장에서 대응 방안이 없는 셈이다.

[이미지출처=국회톡톡 캡처]

[이미지출처=국회톡톡 캡처]



일부 여성들은 이번 낙태죄에 대한 개정이 이뤄지는 것과 관련해 '스텔싱'의 법제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입법플랫폼 '국회톡톡'에는 위헌결정이 난 11일 오후 "스텔싱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 달라"는 제안이 올라왔다. 현재까지 800명 이상이 동의했으며, 1000명이 동의하면 입법 타당성을 인정한 의원이 안건을 채택해 실제 입법활동이 진행된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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