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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판결 D-1]12주내 낙태 허용 대세…내일 헌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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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중 한국 포함 5곳만 낙태죄
가톨릭 國 아일랜드, 35년만에 폐지
낙태허용 범위와 낙태·출산율도 무관
의료계선 "임신 12~16주엔 허용해야"
주수 규정 땐 위험, 제한허용 입법 필요
진료거부권·건보·비용 등 과제 산적

[낙태죄 판결 D-1]12주내 낙태 허용 대세…내일 헌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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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박혜정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31개국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허용한다. 한국을 포함해 5개국(뉴질랜드·폴란드·칠레·이스라엘)만 예외다. 지난해 5월 정통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도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 금지 헌법 조항을 35년 만에 폐지했다. 이에 아일랜드에서는 올해부터 임신 12주 이내 중절 수술이 허용됐다. 관련 의료 서비스도 국가보험 적용을 받아 거의 무료다.


낙태를 얼마나 넓게 허용하는가와 실제 낙태율의 상관관계도 중요하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이 두 사안은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뉴질랜드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및 임부의 요청에 의한 낙태가 금지된다. 그러나 낙태율은 18.2%로 높은 편이다. 오히려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하면서 임부의 요청만으로 낙태가 가능한 오스트리아의 낙태율은 1.4%로 매우 낮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12주로 허용 기한이 비슷하지만 낙태율은 독일 6.1%, 프랑스 17.4%로 차이가 크다.

출산율 또한 마찬가지다. 터키는 임부의 생명 또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위험, 태아 장애, 사회ㆍ경제적 사유, 임부의 요청에 의한 낙태를 모두 허용한다. 낙태율은 15.1%로 높은 편이다. 그런데 터키의 출산율은 2.0명으로 다른 국가보다 높다. 앞서 언급한 낙태율이 높은 뉴질랜드 역시 출산율은 2.1명으로 낙태 허용 범위와 낙태율, 출산율 간 의미 있는 차이가 관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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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가인 일본은 형법상 낙태죄가 규정돼 있지만 '신체적 또는 경제적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이 허용되는 모체보호법이 있어 사실상 낙태가 비범죄화돼 있다. 낙태율은 9.2%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차혜령 변호사는 "세계 여러 나라의 통계를 봐도 낙태 허용과 출산율·낙태율의 상관관계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이런 외국 사례를 참고해 최소 12주에서 최대 16주 이내의 임신 초기에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가 임신 12주를 기준으로 삼고 있고 영국은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한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12~16주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이 시기의 태아가 모체 밖으로 나와도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임부의 건강상 안전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초음파 기술 발달 등으로 이 시기에는 무뇌아 등 의학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태아나 기형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낙태를 허용하는 '임신 주수'를 명확히 규정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임신 12주 이내 낙태를 허용한다'라고 못 박을 경우, 뒤늦게 태아나 임부의 생명을 위협할 의학적 문제가 발견돼도 수술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에는 낙태를 전면 허용하되 일정 기간 이후에는 여러 사정을 감안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의 입법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낙태가 가능한 주수를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유연하게 하고, 논란이 될 수 있는 사회ㆍ경제적 사유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낙태 절차와 장소, 시술자 등에 대한 규정부터 의사 개인의 신념에 따른 진료 거부권, 낙태약 처방 방식,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비용 산정, 낙태 사전 및 사후 조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복지부도 뒤늦게나마 헌법재판소 선고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복지부는 지난 5일 의료계와의 비공개 조찬 간담회를 열고 낙태죄를 둘러싼 쟁점과 논의 기구 구성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손문금 출산정책과장은 "복지부가 방향을 정할 수도 없고 전적으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집단과 만나 의견을 폭넓게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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