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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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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박사 1, 2권

파우스트 박사 1,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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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배우며 자랐다. 다른 파우스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오래된 전설은 연극과 소설, 오페라와 시로 거듭 변주되어 전해왔다. 그러니 서양 문화의 밑바닥을 흐르는 잠재의식과도 같다.


파우스트는 16세기부터 현재까지 많은 작품의 소재가 되어온 인물이다. 전설상의 파우스트는 떠돌이 학자로 마술과 점성술에 능했으며 신학과 의학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 그는 일반적인 규범을 벗어난 행동과 과장된 일화들로 유명해졌는데, 흥미로운 것은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다.

파우스트 박사는 자연과 세계의 비밀을 알고 싶어 악마와 계약을 맺고 방황하다가 결국 파멸하고 단죄를 받는다. 중세 기독교적 세계관에 따르면 세계의 운행 이치를 인간 이성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는 신성에 대한 도전이다.


그렇게 보면 전설의 파우스트는 근대의 여명기에 기독교의 권위와 금기에 맞서 인간 중심주의를 추구한 인간형의 표본인 셈이다. 이 이야기는 당시 민중본으로 엮어져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여러 작가들에 의해 다양한 판본으로 출간되었다. (윤시향)


이인웅이 2006년에 출간한 ‘파우스트 그는 누구인가’는 파우스트에 매혹된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조망한 책이다. 희곡과 시와 소설 등의 문학, 연극과 아동극과 인형극 등의 공연, 회화와 판화와 스케치 등의 미술, 가곡과 오페라 등의 음악, 영화와 컴퓨터게임 등의 영상작품들이 파우스트란 인간을 묘사하며 이해하고자 했다.

이인웅은 '파우스트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대답으로 여러 예술작품에 나온 파우스트 인간상을 조명하고 있다. 파우스트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노력했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파우스트란 누구인가'와 동시에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이인웅은 1부 전설에서 괴테까지, 2부 바이마르공화국까지, 3부 나치스 정권 이후, 4부 미술과 음악에 그려진 두 개의 영혼, 5부 영화에서 컴퓨터게임까지 등 다섯 묶음으로 나누어 책을 썼다. 3부의 두 번째 장에서 토마스 만이 쓴 ‘파우스트 박사’를 다루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토마스 만은 망명지 미국에서 파우스트의 전설을 재해석한 소설 ‘파우스트 박사’를 썼다. 만은 자신의 문학적 자아 레버퀸의 운명을 통해 ‘독일(인)’의 운명을 그려냈다. 조국의 몰락을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기원하는 차이트블롬의 모습과 나치 체제하에서 조국을 등진 작가의 운명이 맞물려 자기 고백적인 속성이 강하다.


소설 앞부분은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 열광하다 패배하고 바이마르공화국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혼란과 동시에 희망을 품던 독일 상황과 맥을 같이한다. 천재 예술가 레버퀸의 존재가 시대적인 현상으로 연결되는 과정에 펼쳐지는 독일 문화사 내지 정신사의 ‘리뷰’는 매우 광대하다.


작가의 리뷰는 기독교적 가치가 지배한 중세부터, 이에 반발한 루터의 인간성 담론과 전설 속 파우스트의 초인간적인 창조성 추구를 넘어, 개인의 주관성과 자율성에 심취한 인문주의를 거친 뒤 19세기 말 니체에 이르기까지, 독일 정신의 끊임없는 자아 해방과 자기 신격화가 어느덧 자신이 만든 덫에 걸리고 파멸로 향하는 긴 과정에 대한 성찰이다.


20세기 독일 민족의 극단적인 광기는 전통적인 가치들을 던져버리고, 나치와 파시즘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여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독일 민족의 운명을 위협했다. 토마스 만은 소설에서 시민과 예술가, 정신과 예술, 육체와 예술의 대립을 고찰하고 도구적 이성에 갇혀 목표를 향한 광기만을 보여준 독일과 독일 시민 문화의 비극을 그려냈다. 가장 독일적인 작가라 불리는 토마스 만의 ‘독일 정신’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다.


토마스 만 지음

김륜옥 옮김

문학과지성사

각권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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