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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프란츠 에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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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부국장

허진석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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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 팀이 경기를 할 때 두 나라의 국가를 연주한다. 이때 외국 선수들은 대개 국기를 바라보며 힘차게 노래한다. 우리 선수들은 눈을 감고 묵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표정에 비장함이 보인다. 언제 어디서건 국가를 부르거나 들을 때 우리는 내면에 차오르는 벅찬 감정을 경험한다.


'애국가'는 안익태가 작곡했다. 안익태는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인물이라 그가 작곡한 국가(國歌)를 불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가사는 누가 지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윤치호가 지었거나 당대 지사들의 뜻이 모인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처음엔 이 가사를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의 곡조에 얹어 불렀다. 그러다가 1935년 안익태가 새 애국가를 작곡하고 이전의 가사를 얹어 발표했다.

사실 애국가는 법으로 정한 공식 국가(國歌)가 아니다. 임시정부 때부터 관습적으로 국가의 지위를 유지해왔을 뿐이다. 광복 후 귀국한 임시정부 요인들은 여전히 ‘올드 랭 사인 애국가’를 합창했다. 북한이 1947년 새 애국가를 확정하자 남한에서도 1949년 제헌의회에 애국가 건이 상정됐다. 그러나 '통일이 될 때까지' 법정 공식 애국가 제정은 보류됐다. 그래서 관행적으로 '안익태 애국가'가 국가의 자리를 지켜왔다.


안익태 애국가와 올드 랭 사인 애국가 이전에도 여러 애국가가 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갑오경장 이후 각종 애국가가 널리 불리기 시작하여 1896년 무렵에 각 지방에서 불린 애국가만도 10여 종류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다가 대한제국 황실이 정한 대한제국 애국가(大韓帝國 愛國歌)가 등장한다. 이 곡을 작곡한 사람은 독일의 프란츠 에케르트다. 독일 제국의 해군 소속 음악가였던 에케르트는 한국 민요 '바람이 분다'에서 선율을 취하여 작곡했다고 한다. ‘에케르트 애국가’의 가사는 이렇다.


"하느님은 우리 황제를 도우소서. 성수무강하시어 용이 해마다 물어오는 구슬을 산같이 쌓으시고 위엄과 권세를 하늘아래 떨치시어 오! 영원토록 복과 영화로움이 더욱이 새로워지게 하소서 하느님은 우리 황제를 도우소서."

영국 국가와 매우 흡사하다. "하느님, 저희의 자비로우신 여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 고귀하신 여왕 폐하 만수무강케 하사 (중략) 승리와 복과 영광을 주소서…." 실제로 1898년 무관학도들이 부른 애국가는 영국 국가인 '신이여 황제를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의 선율과 가사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라고도 한다. 에케르트는 일본의 국가(기미가요)도 작곡하였다. 대한제국 애국가는 1910년 일제강점 이후 금지곡이 되었고, 기미가요가 공식 국가가 되었다.


에케르트는 1852년 오늘 프로이센의 노이로데(현재는 폴란드의 노바루다)에서 태어나 브레스라우 음악학교와 드레스덴 음악학교를 졸업했다. 해군 군악대장으로 일하다 대한제국의 초청을 받아 1901년 2월 7일 내한하였다. 서양식 군악대를 만들고 대한제국 국가를 작곡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고종의 50회 생일인 1901년 9월 7일 국가를 연주하여 큰 찬사를 받았다. 황실에서는 훈장을 내려 치하했다.


에케르트가 만든 군악대는 1907년 대한제국의 군대가 일본에 의하여 강제로 해산될 때 함께 해산되었다. 에케르트도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그는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후진을 양성했다. 1916년 8월 6일 세상을 떠나 8월 8일 서울 양화진에 안장되었다. 천주교 신자인 그의 장례식은 명동 성당에서 열렸다. 일본 정부도 대표를 파견하여 조의를 표하였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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