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증권거래세 인하·폐지 선봉장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MIT 공대 석사 출신 IT 전도사
官家 10여년 근무 경력 살려
정계-증권업계 다리 역할하며
정부·여당 공감 이끌어내
"규제 완화·모험자본 공급 활성화·국정과제 우선순위 격상." 제4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당선되던 지난해 1월25일, 첫 출근 날인 지난해 2월5일부터 한결같이 강조해 온 권용원 금투협회장의 초심이다. 권 회장은 금융투자업계의 숙원인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및 폐지에 관한 여당 및 정부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앞장섰다. 사진은 지난해 1월25일 당선 소감을 발표하는 권용원 금투협회장./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원칙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큰 틀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을 시도해보겠다."
지난해 2월5일 오전 7시56분, 득표율 68.1%로 당선된 권용원 제4대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이 첫 출근을 하면서 남긴 말이다. 금투협회장으로서 금융 당국은 물론 국회와의 논의가 필수적인 과업을 이뤄보겠다는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눈은 충혈돼 있었다. 근무 첫날 아침부터 서류 가방 세 개를 양손 가득 든 채였다. 그랬던 그가 임기 3년 중 2년 차를 맞아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및 폐지의 선봉에 섰다.
권 회장은 경력 내내 '규제 완화', 'IT 개혁' 등을 외치는 등 혁신에 익숙한 인물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학원 기술경영학 석사 출신이지만, 사회생활은 1987년 관가(官家)인 상공부 정보진흥과 과장으로 시작했다. 관가에서 10여년간 실무 및 인적 네트워크를 가다듬은 뒤 민간영역으로 발을 옮기면서 전공을 살렸다. 현재 키움증권의 최대주주인 IT서비스업체 다우기술에 2000년 합류해 IT 플랫폼 업무를 한 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키움증권 사장직을 맡았다. 증권업계에서 'IT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도 받았다.
IT에 대한 권 회장의 집념은 2000년부터 '무점포 온라인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란 비즈니스 모델을 업계 최초로 적용해 온 키움증권 철학과 어울렸다. 대신증권의 사이보스와 홈트레이딩서비스(HTS)와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등에서 쌍벽을 이루는 '영웅문'을 2010년 출시했다. 영웅문은 출시 1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뒤 정상을 질주했으며 키움증권도 덩달아 2005년부터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권 회장이 증권사 사장으로서 공대 전공을 살렸다면 이번엔 관가에서 배운 실력을 뽐내며 자본시장 안팎의 기대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25일 협회장 선거 출마사에서 "3년 동안 하나만 하라고 한다면 우직하게 규제 선진화에만 몰두하겠다"고 밝혔던 공약 그대로다. 증권업계의 숙원인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및 폐지에 관한 정부·여당의 동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지난달 15일과 이달 21일 두 차례에 걸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계 인사와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사장 등 업계 수장들 사이의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민주당 정책조정위원회 안에 구성된 증권거래세·가업상속세 태스크포스(TF)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여는 등 논의는 구체화 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화 했다.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취임 100일에 즈음해서는 ▲초대형 투자은행(IB) 발행어음 사업 인가 관련 대책 마련 ▲파생상품시장 개인투자자 투자요건 완화 등 활성화 ▲삼성증권 사태 내부통제 시스템 제재 및 투자자 보호 관련 매끄럽지 못한 대처 ▲무리한 중소기업 전문 증권사 육성 등 정책 이행 방식과 속도 등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증권거래세 인하 및 폐지에 대한 정부 여당의 공감 및 실천을 이끌어내는 '사고'를 치면서 취임 첫해부터 따라다녔던 '존재감이 약하다'는 권 회장에 대한 비판은 눈녹듯 사라졌다. 2년 차를 맞아 취임 일성에서부터 강조해 온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자동투자제도(디폴트 옵션) 입법화 등을 관철할 경우 권 회장의 공로를 인정하는 금융투자업계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과제들도 있다. 권 회장이 틈만 나면 호언해 온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과제' 입법화를 실현하는 것이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와 국회를 통해 발표된 이 과제엔 혁신기업 자금 조달 체계 개선, 전문투자자 육성, 상장(IPO)제도 개편, 코넥스 강화, 증권회사 자금중개 기능 강화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업계에선 혁신과제 시행에 따라 비상장기업투자전문회사(BDC)제도 도입, 크라우드펀드 중소기업 전면 확대, 소액 공모 조달 최대 100억원 증가 등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중소기업 모험자본 육성에 소매를 걷고 있어 권 회장 공약 실현에도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지난달 21일 금융위는 개인투자자의 코넥스 투자 기본예탁금을 1억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추고 코넥스 상장사의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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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의 꿈이 앞으로도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국민재산 증대를 추구하는 가운데 자본시장이 모험자본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차분히 규제 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모험자본 공급을 늘려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국정과제 우선 순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의 취임일성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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