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대법원 구내에서 입장발표,,,잘못된 메시지 우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판사사찰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이 공개된 가운데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에 양 전 대법원장 사진이 걸려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판사사찰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이 공개된 가운데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에 양 전 대법원장 사진이 걸려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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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이해할 수 없다?”
오는 11일 사법농단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이 설정한 포토라인을 거부하고 대법원 구내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법조계 인사들 사이에서 터져나온 반응이다. 몇몇 법조인들은 "아직도 자신이 대법원장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기다.

검찰 포토라인이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어서 누구든 거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미 퇴직한 마당에 굳이 대법원 구내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출석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에 따라 의전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질서유지와 경호를 위한 경찰력 배치, 근접취재 허용 여부, 포토라인 위치 등을 정해 언론에 통지했다.

하지만 검찰의 통지는 채 반나절도 지나기 전에 무용지물이 됐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변호인을 통해 “대법원 구내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라며 검찰이 설정한 포토라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오랫동안 근무한 곳”이고 “혹시 모를 충돌을 피하면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법원을 발표 장소로 선택한 이유다.


사법부 관계자들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장 춘천지법 류영재 판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퇴임했으면 사인인데 공사구분이 전혀 없다”면서 “도대체 어디까지 우리들에게 치욕을 안기실 건가”라며 날을 세웠다. 아울러 “법관들에게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외관 창출”이자 “불필요하게 재판의 공정성을 흔드는 것”인 만큼 “법원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지방법원에서 근무하는 다른 현직판사는 “보기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영향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당황스러울 뿐 아니라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이처럼 법원 안팎에서 비판여론이 비등하지만 대법원의 반응은 신중하기만 하다. 공식적인 입장표명도 아직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10일 “아직 양 전 대법원장 측으로부터 정식으로 협조요청이 오지 않았다”면서 “협조요청이 오기 전에 어떤 공식입장을 낼 수는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내심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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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대법원 구내 입장발표 시도’와 관련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원 내 보수세력의 집결을 의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사법농단 수사가 길어지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법관들이 늘어나는 조짐이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풀이다. 변호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무슨 메시지를 내놓으려 하는 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포토라인을 정하는 것은 질서유지와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것’일 뿐이라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어디에서 입장 발표를 하든 자유”인 만큼 “발표하는 곳에서 경호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입장이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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