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사의 그늘진 역사…관제시위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관제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전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수빈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관제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추선희 전 사무총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20일 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검찰은 영장 기각 직후 입장을 내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현저한 피의자에 대해 '증거자료 수집, 피의자의 신분과지위, 주거 상황 등을 고려해' 영장을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각 사유를 검토해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는가 하면 진상 규명을 위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어버이연합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벌어진 DJ 부관참시 퍼포먼스 등 당시 정부와 국정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제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관제시위는 관제데모로도 불리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개입한 데모를 일컫는다. 민주주의가 아닌 소위 ‘군홧발 정권’ 시절이 존재했던 한국의 굴곡진 정치사와 그 역사를 같이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관제데모 사례는 이승만 정권이나 박정희 정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1965년 이승만의 3선을 지지하는 관제데모나 반공궐기대회가 그것이다. 또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 오르거나 지방 나들이때 학생들을 동원, 마을 골목과 길에서 태극기를 흔들게 했던 것도 일종의 관제데모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관제데모의 대표적 사건으로는 일명 ‘용팔이 사건’이 있다. 용팔이 사건이란 1987년 4월 통일민주당 창당을 방해하기 위해 전두환 정권의 국가안전기획부가 폭력배에 사주해 당원들을 폭행하고 집기를 불태운 전형적인 관제데모 사건이다.
당시 폭력배 150여명은 당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통일민주당 창당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전국 18개의 통일민주당 지구당 창당대회에 난입해 각목으로 당원들을 폭행하고 기물을 부수며 창당대회를 무산시키려고 했다.
이후 ‘용팔이 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지시로 장세동 안기부장이 전주파 두목 ‘용팔이’ 김용남에게 사주해 벌어진 일로 밝혀졌다.
이 같은 관제데모는 군사독재의 종말과 함께 출범한 문민정부에서도 여전히 그 존재를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특검 수사로 청와대가 전경련을 동원해 관변단체들에게 68억 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단순히 자금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어떤 주제와 방식으로 집회를 열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간섭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근 자유총연맹 전직 간부를 소환조사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인 지시는 이번 정부가 처음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관실 행정관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일부 보수단체를 지원하고, 친정부 시위나 야당 정치인 낙선 운동을 조장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19일 구속됐다. 검찰은 허 전 행정관이 친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보수 성향 단체에 지원금을 주는 등 일명 화이트리스트의 핵심 실무자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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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관제데모는 여론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으며. 정부가 민간기업단체인 전경련을 압박해 보수단체에 재정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법과 질서 부정하고 왜곡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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