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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데모스ㆍ오성운동ㆍ해적당?…'듣도 보도 못한' 온라인 기반 정당, 내년 1월 국내에서 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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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시엥 레짐(Ancien Regime·구체제)' 탄핵, 국내에서도 본격화
"제도 바꾸자"는 목소리 반영할 온라인 기반 정당도 출범
남경필 등 주축 신당, 직접+간접민주주의 ‘국민대행’ 정치 추구
스페인 ‘포데모스’ 등 성공사례…국내에서 뿌리내릴지는 불투명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ㆍ우리는 할 수 있다)'는 2015년 총선에 이은 지난 6월의 재선거에서도 71석을 얻어 원내 3당을 차지했다. 훤칠한 외모에 말총머리를 질끈 묶은 대학강사 출신의 정치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37)가 이끄는 이 신생 정당은 단박에 스페인의 양당 체제를 무너뜨렸다. 정치실험의 냄새가 짙은 이 같은 신생 정당의 활동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슬란드 원내 2당인 '해적당', 로마 최초의 여성시장을 배출한 이탈리아 '오성운동', 아르헨티나의 '넷파티' 등이다. 이들은 첨단 디지털기술과 정보의 투명한 흐름을 이용해 반부패ㆍ반엘리트주의의 깃발을 내걸었다.
2015년 12월 스페인 총선에서 중앙 의회에 처음으로 진출한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왼쪽에서 세번째) 등 당 간부들이 마드리드에서 선거결과를 자축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5년 12월 스페인 총선에서 중앙 의회에 처음으로 진출한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왼쪽에서 세번째) 등 당 간부들이 마드리드에서 선거결과를 자축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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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 기반 정당, 내년 1월 출범…보수정당 새 출구 모색= 이같이 새로운 정치형태가 국내에서도 조만간 닻을 올릴 예정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용태 의원 등 새누리당 탈당파 12인이 창당을 선언한 신당이 주체다. 이르면 내년 1월 모습을 드러낼 '탈당파 신당'은 지금까지 기성 정치와는 전혀 다른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할 계획이다. 구성원들이 보수정당의 계파 정치 등 구태에 반발해 탈당한 만큼 전혀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탈당파 12인의 보좌진으로 구성된 창당 준비팀은 최근 이 같은 '대안 정당론'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돌입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 둥지를 틀고 매일 서너 차례씩 회동하며 신생 정당의 로드맵을 하나씩 짜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 남 지사는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정당에 접목돼 순식간에 국민의 의견을 집계, 반영하고 토론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앞세운 만큼 이들이 채택한 새 정당의 면모는 진일보하다. 자체 온라인 의사결정 플랫폼과 크라우드소싱 등을 앞세웠다.

 벤치마킹 모델은 포데모스의 온라인 의사결정 프로그램인 '루미오', 해적당의 '엑스피라타', 바르셀로나 엔 코무의 '데모크라시오에스' 등이다. 진화심리학 전공자가 만든 루미오는 소수 구성원의 의견까지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구조와 투표 기능을 갖췄다. 모든 구성원의 의견이 두루 반영되는 형태다.

 창당 준비팀 관계자는 "기술은 현대 민주주의 발달에 빠질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화이트 해킹'과 같은 원리를 지닌 운영프로그램을 외주조직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기존 정치체계를 성능을 개선해야 할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이 시스템의 생각지도 못한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엘리트 정치인 위주로 잘 짜인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일종의 해킹인 셈이다.

 이들은 정치영역에서의 크라우드소싱에도 도전한다. 크라우드소싱은 미국에서 아마추어 트레이더들의 지혜를 모아 투자에 활용하는 기법이다. 신당에선 일반 시민의 아이디어를 모아 현실 정치에 투영한다는 개념이 적용됐다.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가운데)와 공동 창당자인 모네데로(왼쪽 첫 번째) / 사진=연합뉴스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가운데)와 공동 창당자인 모네데로(왼쪽 첫 번째)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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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 법안 발의 10건 중 7건 국민과 괴리…직접 청원 현실화"= 또 다른 관계자는 "국회 법안 발의의 70% 가량은 이익ㆍ이해단체와 관련된 것"이라며 "신당은 시민들이 직접 청원한 법안을 위탁받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유와 직ㆍ간접 민주주의의 조화란 온라인 공간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아울러 당 운영에 있어선 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포데모스가 경제정책을 프랑스의 저명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에게 의뢰한 것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위원회를 통해 각계 전문가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영입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이처럼 기존 정치의 틀을 바꾸려는 실험이 국내에 정치권에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디지털 직접민주주의 정착에 성공한 해외 사례들은 대부분 기성 정치권이 아닌 좌파 시민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30대 젊은층에 기반을 둔 운동이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당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이 과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과 스펙트럼을 지녔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 상황이다. 또 새로운 정책 추진 과정에서 포데모스처럼 당 노선을 둘러싸고 내분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 세 번째), 김용태 의원(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전 ·현직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들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 세 번째), 김용태 의원(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전 ·현직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들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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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 '포퓰리즘' '대선 정국'은 극복해야할 과제= 탈당파 신당은 중도 우파와 실용주의에 뿌리를 둔 만큼 앞선 사례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스페인에선 포데모스의 대척점에 자리한 우파 포퓰리즘 정당 '시우다다노스(Ciudadanos·시민)'가 최근 세를 얻고 있다. 좌파 민족주의에 맞선 시우다다노스도 포데모스처럼 기성 정치권을 부패 세력으로 몰아가면서 바람을 일으켰다. 포데모스를 지지하던 우파 성향의 지지층이 사우다다노스로 옮겨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탈당파 신당 측 인사도 "국내 정치에서도 분명 이 같은 성향의 시민과 유권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국내에선 진보진영 인사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기반 정당' 창당 움직임이 일었으나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다. 무엇보다 내년 대선정국은 정치실험에 장애가 될 전망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탄핵' '개헌' 등을 축으로 정치권이 요동치는 가운데 정치실험이 뿌리내릴 여지와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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