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위기의 순간마다 회심의 카드를 꺼내 판을 흔들고, 적진을 분열시키는 고도의 '아웃복싱'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지속적으로 안을 파고들며 저돌적으로 맞서 싸우는 '인복싱'으로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다.
◆朴대통령, LCT 수사 촉구·차관 인사·정상회담 등 묘수 이어져= 박 대통령은 붕괴 직전에 놓인 여당과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는 측근들 탓에 기댈 언덕이 사실상 사라졌다. 30% 넘는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대부분 고개를 돌린 상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번번이 유효타를 날리며 국정 복귀와 지지율 회복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하라"며 부산 엘시티(LCT) 인·허가 관련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곧바로 부산·경남(PK)에 기반을 둔 여야 의원들이 줄줄이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등 박 대통령의 정적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의혹 제기에 무고죄로 맞섰으나, '최순실 정국'이란 거대한 폭풍의 한켠에 'LCT 의혹'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에도 참석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순 이후 대외행보를 자제해 왔으나, 국내 정치를 이유로 정상회담 참석을 포기하면 국가 이익이 큰 손실을 입는다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을 내세웠다. 이 같은 행보는 향후 국정 복귀에 연착륙하는 효과를 가져다줄 전망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6, 17일 잇따라 차관인사를 단행하며 공직사회의 명줄인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향력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비쳐진다.
그의 아웃복싱 정치는 하야나 퇴진 등의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록 식물 대통령으로서 수모를 당하더라도 내년 1월 중순 이후 여권 유력 주자인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귀국하고, 새누리당의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리면 국면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듯 하다.
다시 고개를 든 여권 친박(친박근혜) 의원들과 콘크리트 지지층이 결집할 경우 든든한 버팀목도 얻게 된다. 무엇보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특검과 국정조사가 일정이 최소 내년 1~3월까지 잡혀 있어 버틸 명분도 생겼다.
◆野 탄핵 카드는 한계…특검·국조 적절히 섞어 쓸 듯= 야권이 탄핵 카드를 꺼내더라도 이는 하야를 미룰 수 있는 명분을 줄 뿐이란 분석도 나온다. 법적 절차인 탄핵이 진행 중인데 중도 사퇴할 수 없다는 논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비주류 관계자는 "언제든지 한 방에 역전이 가능하다는 게 일부 친박과 청와대의 잘못된 상황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국정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며 개헌카드를 다시 들고 나와 박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핵심인 거취 결정은 미룬 채 곁가지인 개헌과 탄핵 등으로 초점을 흐리는 것이다. 국정 혼란도 가속될 수밖에 없다.
반면 야당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탄핵은 지난하다.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시간도 그렇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가운데 섣불리 카드를 쓰면, 자칫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 최소 29명 이상의 여당 의원들이 동의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탄핵소추권을 발의하더라도 보수적인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탄핵이 좌절되면 박 대통령과 여권 주류는 면죄부를 얻게 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문 전 대표, 안 전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과 야당은 현재로선 인복싱으로 맞설 수 밖에 없다"면서 "특검과 국정조사 카드를 적절히 섞어 쓰는 압박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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