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에겐 명예와 멍에…별 따기 보다 유지가 더 힘겨워 업계에선 '별점의 저주'로 불러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세계 최고의 식당평가서로 알려진 미쉐린가이드의 최고 평점인 별3개를 받으면 요리사에게 막대한 명성과 찬사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명성을 지켜나가기 위한 엄청난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들은 미쉐린가이드 별점에 대한 압박에 자살을 한 사건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베르나르 루아조란 요리사다. 지난 2003년 자살한 그는 당대 최고의 요리사로 손꼽히는 뛰어난 요리사이며 또한 외식업 그룹의 총수였다. 파리와 지방의 특급 레스토랑과 호텔, 부띠끄 등을 거느린 거대 외식업 그룹의 총수로 인기를 날렸고 부인과 12살, 11살, 6살의 어린 세 자식까지 둔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지만 엽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특히 콜레스테롤이 적고 가벼운 소스를 주로 하는 요리로 차츰 이름을 날리다가 1977년 미쉐린가이드에서 별점 하나를 받았다. 이후 계속된 노력 끝에 1991년, 미쉐린가이드 별점 세개를 받으면서 명실공히 프랑스 최고요리사의 반열에 오른다. 프랑스 요리계에서 이 별점의 의미는 각별하다. 미쉐린가이드의 별점은 사회 전체가 해당 요리사의 요리라는 예술 작품에게 주는 훈장과도 같은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 별점은 매년 평가 때마다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별점 세 개의 명성을 지키려면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루아조는 2003년, 이 별점을 지키기 위한 극단적 스트레스와 금전적 문제가 겹치며 자살한다. 그는 자살하기 앞서 다른 요리사 친구에게 "별을 뺏기면 자살할거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것을 요리계에서는 '미쉐린 별점의 저주'라고도 부른다. 별점 레스토랑으로 뽑히면 감당할 수 없을만큼 손님이 몰려와 서비스는 물론 음식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 별점을 유지하려면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해 별점 세 개를 받았다해도 그 다음해에 못받으면 오히려 명성에 타격을 입기 십상이다. 그래서 일부 레스토랑들은 미쉐린 별점을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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