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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新유니콘 기업은 '콘텐츠 괴물'에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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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과 대한민국 돌풍벤처 유니콘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작가 공지영이 세 여성의 삶을 그려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발표한 것은 1995년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독과 고립과 고투를 이만큼 멋진 제목으로 뽑아낸 이가 또 있을까. 초기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 71절은 이런 통찰력 있는 금언을 새겨놓고 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와 그물과 진흙은 생의 환경이며 생의 조건이며 생의 장애이다. 그러나 그것은 존재 자체가 아니며 존재의 외부일 뿐이다. 그것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 그리고 역사와 관행과 관념에 상관없이 혼자서 주체적인 삶을 개척해가라는 정언명령. 공지영은 질곡의 당대 여성에게 그 말을 했지만, 그것은 존재보편에게 울림을 주는 죽비같은 소리다.

무소는 코뿔소의 다른 이름이다. 물소와는 좀 다르다. 오래전부터 므쇼라는 표현으로 쓰였으며, 한자로는 '서(犀)'라는 호칭을 갖고 있다. 무소의 검은 뿔은 흑서라고 불렸고 하늘과 통하는 뿔이라 해서 통천서(通天犀)라고도 불렸다. 옛 벼슬아치들은 무소의 뿔로 만든 띠(서대)나 홀(笏, 손에 쥐고다니는 작은 판)을 애지중지했다.

무소의 뿔에는 흰 줄무늬가 있는데, 그것이 뿌리에서 벋어나와 뿔의 꼭대기까지 나아간다. 이것이 은유가 되어 뿌리부터 머리까지 철두철미한 것을 영서일점통(靈犀一點通)이라 했고, 간담상조의 우정이나 완전한 소통을 무소의 뿔로 비유했다. 무소의 뿔은 단단하며 철두철미하다. 그러니 그것처럼 가라는 것은 용기와 신념을 지니라는 얘기다. 무소의 뿔은 외뿔이며 가장 앞서는 것이기에 선구자의 고독과 창조자의 고뇌를 함의한다. 남들과 다른 것을 꿈꾸는 자는 고독하지 않을 수 없으며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
서양에서 쓰는 유니콘(unicorn, 一角獸)은 그 낱말의 기원이 뚜렷하지 않다. 상상의 동물인데, 이마에 한 개의 뿔이 돋은 아름다운 말이라고 한다. 형상은 아름답지만 성질은 잔혹하고 사납다. 이 말이 파이낸셜타임즈의 2015년 올해의 유행어에 오른 것은 미국 카우보이벤처스 설립자 에일린 리 덕분일 것이다. 그는 스타트업 기업 중에서 엄청난 괴력으로 질주하는 벤처를 유니콘기업이라고 이름붙였다. 즉 초기 기업가치가 1억 달러에서 10억 달러 사이에 이른 벤처가 그 대상이다.

에일린 리는 이렇게 개념을 만들어놓은 뒤 유니콘기업들의 특징들을 분석해낸다. 현재 미국에는 69개의 유니콘이 있고 중국 15개, 인도 7개, 영국 5개, 싱가포르는 3개의 유니콘이 있다. 한국은 어떨까. 두 개가 거론된다. 쿠팡과 옐로 모바일이다. 이보다 좀 작은 성취를 거둔 벤처는 포니(망아지)로 분류된다. 에일린 리가 말한 유니콘은 우리가 거론한 '무소'와 더 가까운 이미지이다. 선구자의 고독과 창조자의 고뇌를 지니고 담대하게 시대를 앞서나가는 기업 이미지는 무소의 뿔이 더 어울린다.

이제 디지털 세상에는 '콘텐츠 전투'가 예고되고 있다. 미디어들이 저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추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2016년, 이 땅에도 콘텐츠 유니콘이 등장할 때가 되었다. 어떤 미디어가 압도적인 콘텐츠 강자가 되느냐가, 기존 뉴스시장과 스토리시장의 판을 갈아치울 관건이리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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