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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남자가 사는법]살아남자, 죽어男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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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남성들은 미지의 탐험을 시작하고 있다. 100세시대를 살아내야 한다. 대부분은 경험도 장비도 없이 사막 또는 밀림 속에 홀로 버려진 조난자 신세다. 부모봉양과 자식부양은 무한책임이고 노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성장은 멈춰져 있고 복지는 미흡하다. 돈도 없고 건강에 자신도 없다. 가장의 권위는 사라졌다. 놀 줄도 모른다. 비빌 언덕이 없다. 그러나 어려울 때 "내일은 해가 뜬다"며 희망을 간직한 세대다. 아시아경제신문은 베이비부머 최창환 대기자의 백세시대 남성생존법 '앙코르 마이라이프!'를 신년기획으로 연재한다.
최 기자는 세종본부장으로 취재 일선에서 뛰고 있다. 최 기자의 인생 역정이 도전하고 실패하지만 다시 일어서 준비하는 베이비부머의 그것과 닮아있다.

[100세 시대,남자가 사는법]살아남자, 죽어男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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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 문제는 남자다. 아이들과 여자들은 다 독립했다. 아버지의 품, 남편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들의 성을 쌓고 독립했다. 대한민국 중년남자들만이 폐허가 된 가부장제도의 무너진 성곽을 외롭게 지키고 있다.

아이들은 진작에 문화적으로 독립했다. 청소년들의 음악, 게임, 문화, 언어를 알아듣고 이해하는 아버지들이 얼마나 되는가? 음악평론가 강헌은 "50년대 로큰롤은 세계 역사상 10대들이 그들의 부모로부터 문화적으로 독립한 최초의 사건"이라고 평했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제 독립소국을 넘어 거대한 독자적 왕국을 형성하고 있다. 음반회사들은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조공을 바치면서 이익을 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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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내인 여자들은 지구상의 생물 중 최초로 유전자로부터 독립했다. 축구팀(11명)을 꾸리면 어지간히 낳았다고 하고 농구팀(5명) 정도는 기본이었다.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아이들을 힘 닿는 만큼 낳던 시절이 불과 수십년 전이다. 피임을 통해 유전자로부터 독립된 최초의 생물체로 우뚝 선 게 바로 여성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삶의 형태로 미혼이 아닌 비혼을 선택하는 여성들도 많다. 여성들은 독립의 여세를 몰아 수만년을 지속해온 부계사회를 구석구석 무력화시키고 있다.

중년 남자들은 아직도 세상 바뀐 지 잘 모르고 있다. 동물적 충동과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다.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이다. 게다가 인생도 길어졌다. 100세시대란다. 자칫하다간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내 얘기다. 권위는 사라지고 의무만 남아있다. 여배우 이미숙은 모 TV방송 연기대상시상식에서 갓 유부남이 된 지성을 보면서 "나 잘생긴 남자 좋아해"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과거 성에 억눌렸던 여성의 모습이 이미 아니다. 더구나 요즘은 여성들이 성을 드러내면 진솔하다고 칭송한다. 남자들이 속내를 드러내면 치근거린다고 비난받기 십상이다. 이게 요즘 세태다. 이유가 다 있다. 사실상의 모계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하운드 도그(침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 '껄떡남')이라는 노래를 불러 크게 히트했다. 이효리나 소녀시대가 '껄떡녀'라는 노래를 부르면 히트칠 게 분명한 시절이다.

남성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영화가 대부다. 첫 장면이 아버지 돈 코르네오네에 대한 존경에서 시작돼 마지막 장면이 아들 마이클 코르네오네에 대한 충성으로 끝난다. 말론 브란도가 죽고 알 파치노로.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흐름이다. 2차대전 직후가 영화의 배경이다. 이제는 다르다. 세상이 바뀐 데다 삶조차 길어졌다. 경험해보지 못한 새 시대가 열린다. 남아있는 시간인 평균수명이 얼추 30년가량 길어졌다. 30년이란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한마디로 알렉산더 대왕이 태어나 성장하고 유럽과 북아프리카 근동의 세계를 통일해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한 시간이다. 알렉산더는 33살에 죽었다.

대부를 지금 상황에 맞게 다시 찍는다면 여성과 아이들의 향상된 지위, 늘어난 수명, 쪼그라든 아버지의 위상 등 모든 것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 아니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대부는 있을 수 없는 영화다. 그냥 남자들의 향수일 뿐이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40, 50대 아버지들은 뼈만 남은 권위의 나무에 책임과 과제만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말론 브란도가 대한민국의 아버지가 된다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될지 뭉크의 절규하는 주인공이 될지 모를 일이다. 건강, 돈, 일자리, 여가 관계(가족·친구) 등 걱정은 많고 준비는 미흡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기죽지 말자. 청년기인 20대에 들어갔을 때를 생각해보자. 나이 50세에 30년이라면 청년이 됐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삶만큼 인생이 더 남아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더 현명해졌는가 어리석어졌는가. 인생을 알게 됐는가 더 모르게 됐는가. 40대, 50대가 '질긴 꼰대'가 될지 '지혜로운 젊은이'가 될 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준비하면 된다. 달라지고 길어진 삶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스스로 할 일과 공동체가 함께 준비해야 할 일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남은 인생을 부담으로 느낄지 즐기고 살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각질이 된 껍데기는 버리고 달콤한 앙금을 찾자. 행복한가? 늘은 아니지만 가끔은 행복하고 더 행복하면 되지 않겠는가. 새로운 여정에 도전하고 함께 가보자. 피카소는 젊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It takes long time to be young)고 얘기했다. 칠순에 십대를 사랑한다고 쫓아가서 결혼한 사람이니 그럴 만하다. 피카소보다 육체는 아직 더 젊다. 마음을 다잡자. 준비하면 될 일이다. 그래 애들아, 마누라 니들 독립했어. 내가 바라던 바야. 까이꺼!

최빈사망연령 90세 넘으면 '100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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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쓰는 평균기대수명은 지금 태어난 아기가 평균 몇 살까지 살 수 있을 지 기대하는 수명을 말한다. 어렸을 때 병으로 일찍 사망하거나 청년들의 사망률이 높을 경우 평균기대수명이 낮아진다. 평균기대수명은 성인들이 보편적으로 삶을 누렸을 때의 수명은 아니다.

때문에 성인사망률에 의해 결정되는 최빈사망연령을 100세시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사용한다. 최빈사망연령이란 한해 사망자 중 죽은 사람이 가장 많은 연령을 집계하는 것이다. 올해 사망자 중 주민등록상 86세에 돌아가신 분의 숫자가 가장 많으면 최빈사망연령이 86세가 된다. 유아 및 청년사망률에 의해 크게 달라지는 평균기대수명보다 고령화사회를 진단하는 지표로 유용하다.

최빈사망연령이 90세를 넘으면 100세시대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그림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최빈사망연령은 2000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0세까지만 사망연령을 집계하고 91세 이상은 모두 90세에 포함해 하나로 집계한다. 때문에 사망자연령에 관한 통계기 정확하지 않다. 통계청은 고령자들의 주민등록이 부정확해서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100세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다. 일본은 2000년에 최빈사망연령이 90세를 넘어서 100세시대에 들어갔다. 일본은 2005년까지는 사망자를 100세까지 집계하다 2006년부터는 105세까지 집계하고 있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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