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은 이제 부동산 시장을 '누레오치바'라고 부른다. 이들이 부동산시장을 이렇게까지 부정적으로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젖은 낙엽이 도처에 깔린 고령화사회로의 본격적인 진입이다.
일본은 지난 2005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됐다. 일본의 인구가 100년 후 현재의 절반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구 고령화를 근거로 한 주택 시장 비관론은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한국 인구 구조 추정이 여전히 유동적임을 유의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 2005년 이후 출산율 둔화가 주춤하고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이민자 유입이 증가하고 유출은 감소하는 점도 향후 고령화의 진행 정도나 인구가 정점에 이르는 시점을 늦추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주택 시장의 운명을 단순히 인구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일본 주택 시장과 동일시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주택 가격이 얼마나 많이 올랐나 하는 정도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대출 규제의 정도와 은행의 자산 건전성 그리고 환율의 역할 등 너무나 많은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오는 2030년까지 인구 증가세가 지속된다. 기존의 자료에서는 2018년을 인구정점기로 보았으나 통계청은 이를 수정·보완한 것이다. 또한 1983년 4000만명을 넘었던 국내 인구는 5000만명을 돌파하게 됐다. 1983년 이후 시간당 평균 88명이 태어나고 29명이 사망한 결과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난해 1.30명을 기록했다. 2005년 1.08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조금 오르긴 했으나 미국(2.08), 프랑스(1.99), 영국(1.87), 독일(1.46) 등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이 2 이하인 영국과 독일 부동산시장은 비관론자의 주장과 다르게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부산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방 부동산의 경우 2008년을 기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것을 볼 때 단순히 부동산시장을 인구구조로 만으로 설명할 수 없어 보인다.
부동산경기의 순환주기는 인구구조와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일반경기 순환과 연관성이 크다. 일본의 경우 1930년대 태어난 베이비부머가 1991년 이후 은퇴하면서 이후 15년간 부동산 가격이 80% 하락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2006년 이후 부동산시장의 붕괴, 특히 장기모기지(mortgage) 시장의 붕괴가 발생했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 중 하나도 인구구조 변화다. 미국은 782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의 은퇴시기가 부동산시장 붕괴 시기와 맞아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설명을 인구구조 변화로 귀결시킬 수는 없다.
도시의 발전과 몰락은 오히려 산업구조와 더 관련이 깊다. 세계적으로 신흥도시와 몰락한 도시의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은 성장하는데, 시카고나 미국 남부도시들은 몰락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상하이는 성장하고 있지만 과거 영화를 누리던 다른 아시아 도시들은 왜 몰락하는지 파악하는 게 먼저다.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아는 것이 해당 도시의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기본적 틀이 된다.
인구론에 근거한 비관론자의 주장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나 일부 현실적인 점은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시중에 팽배해 있는 부동산 비관론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는 게 문제다.
부동산 비관론으로 인해 잠재적 주택 수요자가 주택 구입을 미루고 전세시장으로 진입함으로써 전세 가격은 상승하고 주택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나아가 소비 둔화의 골을 깊게 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소비 둔화와 전세 가격 급등, 부동산 시장 침체의 문제는 모두 부동산 비관론이라는 현상에 기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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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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