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재계는 대신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촉진으로 소득분배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최근 한국 경제를 둘러싼 주요 현안들이 모두 '저성장'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 침체가 아닌 '저성장 모드'를 근거로 한 경기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성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도에서다.
성장ㆍ분배의 선순환으로 고용불안과 소득분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완화와 투자환경개선 ▲지식기반 고부가치 서비스산업 발전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많은 대기업 늘리기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강소 중소기업 육성 ▲사회안전망 강화 등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잠재성장률 추락에 대한 우려 섞인 발표도 이어졌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한국경제는 1989년과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두 차례에 걸쳐 경제성장률의 추세선이 하락했고 당분간 잠재성장률은 4%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률이 하락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국경제가 점차 성숙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준 상명대학교 금융경제학 교수는 "경제성장률의 하락 추세는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인구고령화, 탈공업화 및 서비스 부문의 낮은 생산성,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국면의 장기화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형자산 투자 강화, 서비스부분 집중 육성, 노동시장 미스매치 해소, 생산적 복지 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사안에 일일이 대응하며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다가 성장동력이 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저성장 시대를 경고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성장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저성장시대 진입 경고 잇따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이처럼 재계와 학계가 공동으로 소모적인 논쟁이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은 최근 들어 한국 경제의 장기 저성장ㆍ침체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및 내년 잠재성장률 전망치가 추락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 달성 가능한 최대 경제성장률이라는 점에서 잠재성장률 추락은 성장 동력의 급속한 위축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경제전망치를 수정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4%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2.7%, 3.6%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와 3.4%로 하향 조정했다.
내수의 핵심 요소인 민간소비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주택경기 침체 심화로 '하우스 푸어'나 '깡통주택'과 같은 주택 관련 가계대출의 부실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서민생활물가도 불안한 상태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도 저성장 시대를 알리는 징후 중 하나다. 최근 10년간 연령대별 취업구조를 분석해보면 40세미만의 취업률은 하락했지만 40세 이상은 상승해 취업구조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15~29세의 2001년 대비 2011년의 취업률은 6.3%포인트(22.3%→16.0%)가. 30~39세에서는 4.7%포인트(28.6%→23.9%)가 각각 떨어졌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50~59세의 취업률은 7.3%포인트(13.7%→21.0%)가, 60세 이상은 2.3%포인트 상승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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