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금융사회'는 숨막히는 채무를 개인의 영역으로 전가하는 사회에 반역한다. 책은 "빚을 지고 연체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향한 비난을 이제는 거두자. 못 갚는 것을 안 갚는 것으로 간주하는, 못 갚을 만큼 빌려 준 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 지금의 잘못된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으로 포문을 연다. '하우스푸어', '워킹푸어', '학자금 푸어 등 각종 채무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 상황의 배경에는 욕망을 부추기고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유혹해 온 '약탈금융'이 있다. 이제 '약탈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시간이 왔다.
책은 '약탈적 대출'을 원인으로 먼저 지목한다. 채무자가 상환 능력이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돈을 빌려 주고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금융업계 입장에서는 완전히 남는 장사다. 채무자가 돈이 있으면 대출이자와 원금을 받고, 갚지 못할 것 같으면 담보 물건을 경매에 넘기면 된다. 법적으로 39%의 이자가 허용되는 고금리 사채 업체들은 돈을 빌려 주지 못해 안달이다. 여기에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한국 사회의 불안심리가 겹친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조차 사라진 상황에서 재테크를 통해 자산을 확대해야 질병 등의 위기상황이나 노후에 대비할 수 있다는 공포심은 돈을 빌려서 무리하게 집을 사고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당연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빚만 늘려놓고 성과를 돌려주지는 못했다. 1990년 75.3%였던 중산층 비율은 2010년 67.5%로 크게 줄어든다.
IMF 직후 23.2%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축률을 유지하던 가계는 무너졌고 빚은 자식들 세대에게까지 대물림된다.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지금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집을 사고 팔면서 재산을 불려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주택 가격 상승분으로 대출을 상쇄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임금 상승률은 답보 수준이다. 이미 몸에 배어 버린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빚을 낼 수 밖에 없다.
약탈적 금융사회/제윤경 , 이현욱 지음/부키/1만 3800원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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