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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몇 타로 맞출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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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오늘 스코어 확실하게 적어야 해."

타수를 세고, 스코어를 적는 건 우리 캐디들에게는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스코어에 특별히 민감하신 고객이 아니고서는 이런 말씀을 잘 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스코어를 세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참 웃지못할 노릇은 한 두 홀 지나다 보면 반드시 스코어를 깍으시는 고객과 다시 실랑이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언니, 나 전 홀에 보기 했는데 왜 더블보기로 적어놨어? 언니, 나 미워하는구나." 이렇게 말씀하시면 한 번쯤은 그냥 "네. 잘못 적었나 봐요."라고 말씀드리고 스코어를 고쳐드립니다.

그럼 이내 다른 고객께서 "아, 김사장 더블보기 했는데 왜 보기로 적었어? 언니, 스코어 잘 못 세는구나."라며 김사장만 좋아한다고 속도 모르는 말씀을 하십니다. 1타 깍으려는 노력과 또 다른 쪽의 지적 때문에 골프규칙 책을 펼쳐야할 정도로 싸우시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도대체 스코어를 제대로 적으라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때는 1타 슬쩍 줄여서 스코어를 적고, 본 것도 못 본 척 하며 연기도 영화배우 저리 가라는 수준이고요, 동반자분의 타박이 있어도 다음 홀에 또 똑같이 깍아서 적어 드리고 윙크 한 번으로 뒷말 안 나오게 할 수 있는 게 우리 캐디들입니다.
고객들보다 먼저 첫 홀에는 "전파만파" 외치며 동그라미 네게 예쁘게 그려 놓지요. 전파만파가 뭐냐구요? 전국에서 파 한명만 하면 모든 골퍼들이 다 올파라구요. 일파만파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이렇듯 "마음아 넓어져라"라고 매일 주문을 외우지만 가끔씩 저희를 곤란하게 만드시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스코어를 잘 적으라는 고객께 터놓고 여쭤 봅니다. "고객님, 몇 타로 맞춰 드릴까요?" 그러면 고객께서는 "그냥 언니 알아서 해."라고 하십니다. 진짜 알아서 해도 되는 걸까요?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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