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도 그렇습니다. 구력 20년에 동반자의 홀인원 한번 보지 못했다는, 동반자의 홀인원은 몇 차례나 봤지만 정작 본인은 홀인원 비슷한 사례도 없었다는 고객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저는 그러나 오래 전에, 홀인원이 뭔지도 모르던 초보시절에 일찌감치 고객의 홀인원을 경험했답니다. 캐디 일을 막 시작해 교육이 끝나기 무섭게 실전에 투입됐을 때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봄이 되면 그 많던 골프장의 캐디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늘 인원이 모자라 짧은 교육을 마치고 곧바로 일을 하게 됩니다.
그 고객께서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운이 없었답니다. 팔짝팔짝 뛰면서 깃대 옆에 수건도 깔아주고 예쁜 복주머니에 공까지 넣어주는 캐디를 만나지 못했으니 말이에요. 그때 저는 "아~ 이게 홀인원이라는 거구나!"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사실 홀인원이 그렇게 대단한 줄도 몰랐습니다. 캐디 언니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얼떨결에 밥을 사고, 떡을 돌렸습니다.
비록 그 골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지는 못했지만 얼마 전 동료들과 다시 가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랑 기분이 그렇게 다를 수가 없었지요. 그렇게 넓고 길어 보이던 페어웨이가 너무 좁고 짧게 느껴지고, 가도 가도 보이지 않던 그린도 손바닥만 합니다. 뭐랄까. 꼭 어른이 되어 초등학교 교실을 방문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에게는 캐디가 하늘이 내려주신 직업인가 봅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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