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MENA)의 민주화 시위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100달러 시대를 열었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있다. 사실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은 전세계 생산량의 2% 미만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두려워 하는 것은 MENA 지역의 민주화 시위 열기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동의 주요 산유국으로 번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치적 이벤트는 사실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튀니지 자스민 혁명에서 촉발된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열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시위진압을 위해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초강수를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래도 다수 전문가들은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열기가 사우디 등 중동국가로 파급될 가능성은 낮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 근거로 가장 많이 드는 것이 중동지역의 GDP 수준이다.
문맹률도 예멘이나 이집트는 30~40%에 달하지만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들은 대부분 10% 언저리다. 문맹률이 높다는 것은 정보 전달에 있어서의 불균형이다. 이는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빈부격차를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이 역시 좀더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과 한판 드잡이질을 한 후 OPEC(석유수출국기구) 국가들은 감산을 통해 유가를 폭등시켰다. 이로 인해 세계경제가 휘청거렸지만 그 여파로 산유국들도 충격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GDP 성장률은 1차와 2차 오일 쇼크 후 큰 폭으로 하락하였고 2차 오일 쇼크 직후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이같은 부작용에 대한 학습 효과로 1990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다른 산유국들은 공급을 늘렸다. 최근 사우디가 증산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이런 맥락이다.
사태추이를 계속 지켜봐야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낙관론을 견지한다면 1950선 아래로 떨어진 현 상황은 저가매수를 고민해야 할 시기일 수 있다. 물론 1900선까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업종별로는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투자자금 유입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기관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기관은 최근 조정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했던 화학과 보험주를 매도하고, 가격메리트가 높아진 운수장비, 건설, 철강금속, 유통 업종을 매수하는 '바겐헌팅(Bargain hunting)'에 나서고 있다.
한편 이날 새벽 미국 주요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1%(37.28포인트) 내린 1만2068.50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각각 0.10%(1.30포인트), 0.55%(14.91포인트) 오른 1306.10, 2737.90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보여주는 변동성지수(VIX)는 3.7% 하락하며 21.32를 기록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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