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밤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무적자' 쇼케이스가 끝난 뒤 인근 카페에 모여 기사를 송고하고 있는 연예기자들.(이기범 기자 metro83@)

30일 밤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무적자' 쇼케이스가 끝난 뒤 인근 카페에 모여 기사를 송고하고 있는 연예기자들.(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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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용희 연예패트롤]'요즘 기자들은 불쌍하다!'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구?
그렇다!. 최소한 영화 드라마 가요 등 대중문화를 취재하는 연예전문기자들에겐 이 말이 매우 적절할 듯 싶다.


이들이 무슨 힘이 있으랴? 그들은 '높으신' 스타들이 나오는 행사에는 무조건 자동적으로 취재 나온다. 그래서 열심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스타님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쏴댄다.

'타타타타…' 숨가쁘게 돌아가는 기자들의 손가락이 노트북 자판을 때린다. 조그마한 의자에 걸터앉아 열심히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쓰다 보면 배에선 '쪼르륵' 밥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그 자리라도 잡은 사람은 좀 낫다. 그마저도 못잡은 사람은 '거룩한 스타'들이 앉아있는 무대 하단에 앉아 또 열심히 자판을 때려댄다.


자리를 잡은 기자들 역시 힘들긴 마찬가지. 몸을 틀 수 없이 비좁은 의자에 앉아있다 보면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을 맘대로 갈 수도 없다. 잘못하다간 실시간으로 터져 나오는 '우리 스타님들'의 거룩한 이야기를 그냥 흘려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다간 회사 데스크에서 불호령이 떨어진다. 남몰래 실례를 한다 해도 어쩔수 없는 일이다. 스타들의 멋진 멘트를 치고 있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잔뜩 멋진 포즈를 취했던 스타들은 어느새 그 자리를 뜬다.

그리곤 '오늘 늦은 시간 여기까지 와주신 기자분들 감사합니다'라는 MC의 크로징 멘트가 흘러나오면 곧 무대의 화려한 전등도 꺼진다. 그때까지 마감을 못한 기자들은 허둥지둥 노트북을 들고, 인근 카페로 가서 나머지 기사를 쓴다. 마감을 끝낸 기자들이 하나 둘 그 자리를 뜨는 시간은 저녁 9시 혹은 10시.


이때쯤이면 뱃가죽은 등에 붙고, 허기로 눈 앞이 하얗다. 그나마 아는 사람들이라도 있는 기자들은 삼삼오오 근처가 가서 허겁지겁 배를 채우지만 이 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또 다른 현장으로 총총히 발걸음을 옮기거나 회사로, 집으로 들어간다.


매일 연예 현장을 뛰는 연예전문기자들의 모습을 한마디로 대변한 장면이다.


그랬다. 오늘(30일)도 그랬다.

이 날은 국내에서 가장 큰 영화 현장과 드라마 현장이 동시에 있었다. 오후 7시30분, 잠실 롯데월드 가든스테이지에서는 드라마 '아테나 쇼케이스'가 열렸고, 오후 8시에는 강남 압구정역 근처 CGV압구정점에서 영화 '무적자의 밤' 쇼케이스가 열렸다.


드라마 '아테나 쇼케이스'는 지난 겨울 큰 화제를 낳았던 드라마 '아이리스2'에 해당하는 인기 드라마로 정우성 차승원 수애 이지아 김민종 최시원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모두 출동했다.


영화 '무적자의 밤' 쇼케이스에도 한류스타 송승헌을 비롯 주진모, 김강우, 조한선 등 멋진 남성스타들이 총 출동, '○×게임' 등 다양한 행사를 한바탕 풀어놓았다.


30일 밤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무적자' 쇼케이스에서 등장한 일본팬 상대 암표상들. 이들을 취재하기위해 기자들이 한바탕 취재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이기범 기자 metro83@)

30일 밤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무적자' 쇼케이스에서 등장한 일본팬 상대 암표상들. 이들을 취재하기위해 기자들이 한바탕 취재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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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행사 모두 연예기자들에겐 놓칠수 없는 휼륭한 현장이었다. 그래서 현장마다 평균 100∼200여명의 기자들이 모여들어 이들의 행사를 열심히 홍보해 줬다. 손가락이 갈라져라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고, 사다리 위로 높게 올라간 수많은 사진, 동영상기자들은 연방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그리곤 언제나 그랬듯, 행사가 끝나자 늦은 밤 노트북과 카메라 가방을 싸들고 '보따리장사'들처럼 현장을 빠져나왔다. 역시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나고, 수천자의 기사를 쓰다 보니 머리는 '띵'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수많은 영화·드라마 제작자들은 자신들의 콘텐츠 홍보를 위해선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아랑곳 않고 행사를 잡는다.
'아테나 쇼케이스' 현장은 롯데월드에서 협찬을 받았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굳이 밤 7시30분 이후 부터 행사를 시작했다. 그래야 내장객들이 많아서 '협찬발'이 받는 것이겠지!.


역시 이곳을 찾은 수많은 기자들은 이날 밤도 물 한잔, 빵 한 조각 얻어먹지 못하고 죽어라 컴퓨터만 치고 나왔다. 간혹 거인같은 경호요원들의 '비표 없음 기자석에 못들어갑니다'라는 으름짱에 몸을 움추려가며 조용히 기사만을 쓰고 빠져나왔다.


밤 8시부터 시작한 영화 '무적자의 밤' 쇼케이스에도 역시 빵 한조각, 물 한모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허기진 기자들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달 초 '무적자' 제작발표회를 열었는데, 오늘 쇼케이스는 또 뭔지 알수가 없다. 추석시즌을 맞아 다시 한번 기자들을 동원한 듯 보인다. 그런데 저녁 끼니때에 불렀음에도 '미안하다'는 기색 조차 안한다. 대단한 영화라서 그런듯 싶다.한마디로 웃긴다.아무리 대단한 영화라도 그렇지 두번씩이나 기자들을 불러댔다.


물론 기자들이 '밥 한끼 못먹어서'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이렇게 변해버린 연예취재 현장을 한탄하는 것이다. 어느새 우후죽순 늘어난 연예매체들. 특히 한류 콘텐츠를 팔아서 연명해가는 매체까지 합치면 도합 100여개 이상은 충분히 된다.


그러다보니 한끼 식사를 주는 것도 부담스러우리라. 하지만 수많은 아침 점심 시간을 놔두고 굳이 저녁시간에 연 이유는 왜 일까? 또 점심, 저녁 끼니때에 맞춰 빵 한조각 던져주는 취재원이 없는 요즘 같은 현실이 조금은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어쩌랴. 이것이 기자들의 운명이요, 변화한 세태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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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자신들의 홍보행사를 꼭 이렇게 밤에 열어야 하나? 기자들도 사람인데… " 한매체의 앳된 기자가 한마디 던지고, 총총히 현장을 빠져나간다.


그래도 이들은 내일 또 다시 이 같은 현장에 나올 것이다. '높으신 스타님들을 취재하기 위해, 또 웰메이드한 콘텐츠를 만드시는 엔터테인먼트 대표님들의 장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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