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 기업 현금 급증에도 M&A '시큰둥'

[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미국 IT기업이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었던 지난 1년간 현금 자산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 10개 대형 IT기업의 현금 자산이 전년 동기 대비 650억달러(40%) 이상 늘어났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과 인수·합병(M&A) 감소로 막대한 양의 현금 유동성이 축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부 대형 IT 기업 사이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애플 등을 비롯한 대형 기업들은 보수적으로 기업을 운영, 현금을 비축하고 있다. 애플은 현재 약 42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를 보유하고 있다.

존 챔버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IT 전문가는 지난해 경기 침체로 인해 재무 상태가 좋아진 기업들이 M&A를 늘리는 등 산업 정상화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구글을 포함한 일부 공룡 IT 기업이 M&A를 추진했다. 구글이 최근 몇 달 동안 새로운 기술로 영역 확장을 위한 소규모 M&A를 추진했고 IBM도 지난 1분기동안 소형 기업 인수를 위해 10억달러의 현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현금 비축이 업계 전반적인 M&A 트렌드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주가가 바닥으로 추락하자 피인수 대상 기업이 매각을 꺼렸고,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이번에는 인수자 입장에서 M&A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

실제 IT 업계의 전체 M&A 규모는 경기 침체동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 IT업계 M&A 규모는 1250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0% 가량 줄었다. 올해 1분기 M&A 규모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침체가 시작되기 전인 2년 전 수준의 거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폴 제이콥스 퀄컴 CEO는 지난주 "새로운 기술 확보를 위한 소규모 M&A는 늘렸지만 대규모 M&A의 경우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불어난 현금 자산으로 M&A가 아닌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추세라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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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신 기자 ahnhye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