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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 구조화증권 리스크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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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금융권 규제에 칼을 빼든 오바마 행정부가 유독 입에 올리지 않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국제 신용평가사. 금융위기의 한 축이지만 규제 강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신평사가 구조화증권의 리스크를 은폐하고 부적절한 신용등급을 부여한 것으로 드러나 주목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의 부채담보부증권(CDO) 거래를 문제 삼고 나선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CDO를 포함 부동산 관련 구조화증권의 리스크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산하 상설 조사소위원회가 22일(현지시간) 이와 관련된 무디스의 내부 메일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이메일은 골드만삭스가 신평사들의 등급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06년 4월 작성된 한 무디스의 내부 이메일은 "골드만의 투자 상품과 관련에 골드만으로부터 심각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06년 5월 작성된 S&P의 내부 메일은 "골드만삭스의 모든 아바쿠스 거래에서 상당한 결함(flaw)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결함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아바쿠스는 골드만삭스가 만든 CDO 상품의 이름으로, 채권과 대출채권, 신용파생상품 등 여러 종류의 기초 자산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다음 이를 기초로 발행됐다. SEC는 골드만삭스가 디폴트 위험이 높은 부실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아바쿠스를 발행한 후 이 상품에 하락 베팅한 투자자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투자자에게 매각, 손실을 입혔다며 골드만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공개된 이메일 내용은 신평사가 골드만의 사기 행위에 일조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신평사들은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안전 등급을 부여, 구조화증권 부실과 버블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피해나갈 수 없게된 것.

위원회의 칼 레빈 위원장(민주당)은 "신평사들이 금융권이 신평사가 내린 등급 평가와 신평사의 독립성 등에 압력을 넣도록 스스로 용인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레빈 위원장은 "신평사들은 이런 짓을 월가로부터 챙기는 수수료 때문에 자행한 것"이라며 "이들이 금융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등급 평가를 해주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평사들은 위기가 닥쳐오자 갑자기 등급을 하향조정, 금융권과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도 말했다. 위원회는 23일 S&P와 무디스의 전현직 관계자들을 소환, 청문회를 열고 이 문제를 따져 물을 예정이다.

특히 위원회는 골드만삭스가 지난 2007년 설계한 10억달러 규모 서브프라임 구조화증권의 문제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상품은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금융업체가 발행한 서브프라임 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했지만 당시 S&P와 무디스로부터 모두 최고 등급을 받았고, 이후 연말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당했다. 현재 AAA등급을 받았던 5개 CDO 가운데 2개가 정크 등급으로 강등당한 상태다.

한편, 미 의회가 신평사들을 정면으로 노리고 나서면서 그 동안 요원했던 신평가 개혁이 본격화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 동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은행 보너스 규제 등 금융권 개혁을 강조해 왔으나 유독 신평사에 대해서만큼은 침묵을 지켜 적극적인 신평사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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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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