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흐른 지금, 이같은 일이 이머징마켓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지금까지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은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는 ‘세계의 공장’ 쯤으로 여겨졌으나 생산·유통 시스템 개혁 및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로 글로벌 기업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 자동차·컴퓨터 등 하이테크 제품을 몇 푼 안 되는 가격으로 단숨에 뚝딱 만들어내는 이머징 마켓의 저력을 단순히 값싼 노동력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 척박한 환경이 혁신 이끌어 =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이머징마켓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결코 못 된다. 바로 이점이 기업들로 하여금 살아남기 위한 ‘생존형’ 혁신을 가능케 했던 것으로 보인다.
메릴랜드 대학의 애닐 굽타 교수는 이머징마켓의 열악한 유통환경, 환경오염과 일관성 없는 정부의 태도, 법률제도 미비 등을 거론하며 “이머징 마켓은 세계에서 가장 척박한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구글과 이베이, 야후 등이 중국에서 짐을 싸거나 죽을 쑤면서 바로 이 점을 증명했다.
압박 요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머징 국가 소비자들의 소득 및 생활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으로, 이 지역 기업들은 대량생산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워낙 복제·저작권 침해가 성행하는 탓에 기업들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제품, 후속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린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생존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
즉 제품을 싼 가격에 대량생산 하면서도 기술 개발을 이어가야 한다는 2중 압력, 프론티어 마켓과 싸우면서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야 한다는 2중 압력이 바로 혁신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1980년대 일본 기업들이 비싼 원자재 가격과 임대료로부터 받는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부품만을 제때 확보하는 ‘간판방식(Just In Time)’을 도입했던 사례와 유사하다. 혁신은 척박한 환경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다는 진리를 보여준 셈이다.
◆ 이머징 '중산층' 노린 혁신 나선 글로벌 기업 = 이머징 국가 내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다른 한 축은 이머징 마켓에 진출한 다국적 글로벌 기업들이다.
신문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들은 향후 몇 년 내로 세계 경제성장의 70% 가량을 이머징 마켓이 주도하고, 특히 인도와 중국이 40%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춘500대 기업들은 중국과 인도에 각각 98개, 63개의 R&D(연구개발)센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인도 방갈로에 R&D 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5000만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시스코도 인도에 위치한 글로벌 본사 '시스코 이스트'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 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중국 베이징 R&D센터는 미국 본사보다 그 규모가 더 크다. 글로벌 기업이 이머징마켓을 더이상 값싼 인력 공급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태까지 글로벌 기업들은 자국에서 판매하던 기존 제품들로 상하이나 방갈로 등지에 거주하는 부유층들만을 노려왔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난 중산층과 아직 전체 가운데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빈민층을 외면하고서는 미래도 없다는 것이 글로벌 기업들의 판단. 이는 제품 라인부터 유통망까지 모든 것을 혁신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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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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