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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침묵의 귀환, 연평도를 껴안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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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철책 위에 봄이 오면/ 갈매기들은 연평도를 입에 물고 날아가 돌아오지 않는다/ 어린 초병의 날카로운 눈빛에 봄 빛이 돌고/…연평도는 첨벙첨벙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 꽃게들에게 무릎을 꿇고 운다/…꽃게들도/…연평도를 꼭 껴안고 운다/…아낙네들은 안다/ 서해의 낙조가 왜 서러운지를/ 연평도가 왜 가끔 바다 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지를…' (정호승 시인의 '연평도' 중에서)

그들이 돌아 왔다. 대한민국 해군 772호 천안함의 승조원들이 차가운 바다 밑, 부서진 함정의 어두운 벽을 걷어 차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실종자'가 아니다. 20일 만이다. 그러나 아무 말도 없었다. 대견한 아들, 듬직한 남편이었으며 하늘같은 아빠였던 용사들. 제2연평해전의 '영웅'에, '천안함 가수'가 있었고 결혼 기념일에 십자수를 떠준 '애처가'에, 보너스로 부모님 제주도 여행을 시켜준 '효자'도 있었다.
말없는 주검으로 귀환했으나 그들은 진정 죽은 것이 아니다. 서해의 수호신으로, 연평도 앞 바다의 전설로 영원히 우리의 가슴에 꽃이 되어 살아 숨 쉴 것이다. 그대들을 찾아 나섰다가 먼저 떠난 한주호 준위와 함께.

그래도 서럽다. 그날 밤 9시22분 디젤기관실에서, 탄약고에서, 후타실에서, 휴게실에서 혹은 기관부 침실에서 혼신을 다해 엄청난 충격과 맞섰던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면 다시 가슴이 메어진다. 온 국민이 연평도를 꼭 껴안고 운다.

지난달 26일 밤 돌연 침몰했던 천안함의 함미가 어제 인양됐다. 건져 올려진 반토막 천안함을 바라보는 심정은 처참했다. 너덜너덜해진 절단부처럼 가슴이 찢어져 나갔다. 그들이 그날 목격하고, 마주쳤던 엄청난 충격과 절단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무엇이, 왜, 어떻게 천안함을 부수고, 우리의 해군 용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 한줌 의혹없이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의무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상한 상황에서 우리 군의 대처는 완벽했는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는 않을 것인가, 진상규명 후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의문과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당당히 대처해 나가는 것만이 그동안 허둥대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우리들의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씻어내는 길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임무를 수행하다 산화한 천안함 해군들의 희생을 기리며 명복을 빈다. 깊은 슬픔 속에서도 의연함을 보여준 유가족들에게도 위로와 함께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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