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외환당국에 드리는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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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으로 그리스 재정위기는 가닥을 잡은 것 같다. EU가 300억달러, IMF가 15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그리스는 국가부도는 넘긴 것처럼 보인다.


최근까지 그리스에서 벌어진 풍경은 외환위기를 겪어본 우리에겐 낯익은 것이었다. 주가는 폭락하고 채권 금리는 폭등하며 대규모 자금유출로 은행의 금고가 바닥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또한 세금 인상과 공무원 임금삭감을 통해 재정적자를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8.7%로, 내년에는 5.6%, 2012년에는 2.8%까지 줄이겠다는 정부 목표도 어디서 듣거나 본 듯이 낯익은 조치들이다. 그리고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재정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위험,높은 시장금리 등을 이유로 내세워 그리스 국가신용등급과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낮춰버린 것도 낯설지 않다.

돈을 빌려주는 EU측이나 IMF가 자금 지원 대가로 요구한 가혹한 조건들은 10여년 전 국가부도위기에 직면한 한국에 IMF가 수백억달러를 지원하면서 내 건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한국에는 있었으나 그리스에는 없는 게 있다. 환율급등으로 기러기 아빠들이 해외에 있는 자식에게 송금을 못해 애간장을 태운다는 '가슴아픈' 사연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리스가 통화로 '유로'를 쓰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발칸 반도의 남쪽 끝에 있는 나라, 인구 1000만명을 겨우 넘기는 나라, 수출이 250억달러도 채 안되는 '소규모' 국가인 그리스는 재정위기 속에서도 '유로존'이라는 방어벽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적어도 환율 때문에 속을 썩는 일은 없다.


반면 인구 4500만명, 수출 3000억달러가 넘고 반도체와 조선 등 세계 1위에 드는 온갖 제조업을 잘 갖추고 있는 한국은 외환위기때나 지금이나 환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물론 원ㆍ달러환율은 외환위기 때와 달리 미친 듯이 오르내리지는 않는다. 그래도 오르내림이 심하다. 수출과 주식시장이 잘 돌아가서 달러뭉칫돈이 들어온다. 그러니 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원ㆍ달러 환율은 12일 달러당 1110원대에 거래됐다. 이런 속도라면 머지않아 두자리 숫자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언제 또 달러가 빠져나갈 지 모른다는 점이다. 변덕스런 투자가 언제 심술을 부리고 언제 외환시장이 미친 듯이 움직일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 외환당국은 2723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쌓아 변덕에 대비하고 있지만 이게 적정한지 않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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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최근 복귀한 최중경 경제수석과 그의 든든한 후원자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은 시장을 제멋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지론을 가진 '환율주권론자'로 꼽힌다. 과거 환율을 지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유고를 쏟아붓도록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과거사는 제처두고 싶다. 다만 앞으로 처방전을 쓸지 자못 궁금할 뿐이다.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나 강력한 시장개입이 있을 수도 있다.


최근 만난 연구기관장은 조심스런 제안을 했다. 강력한 시장개입보다는 통화스와프 확대가 '상책'이라는 것이다. 원화 국제화는 요원하고 아시아 공동 통화는 실현가능성이 더욱 멀어서다. 보유고에 더해 당장 쓰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실탄을 넉넉하게 확보해 놓는 것이 시장변덕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이며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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