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속 혈투벌이는 장병 칭찬해야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침몰한 천안함 탐색수색작업을 하던 중 지난 30일 'UDT(해군특수전여단)의 전설' 한주호 준위(53세)가 사망했다. 검은 바다에 뛰어든 한 준위가 변을 당한 것은 체력이 약해서거나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다. 서해바다는 건장한 잠수사들 조차도 채 10분을 견디지 못할 만큼 악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악조건을 모를 리 없는 고 한 준위가 바다로 뛰어든 것은 오로지 후배를 구조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실종자 수색 및 구조에는 UDT 요원과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최강의 잠수사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실력은 여러 차례의 구조활동에서 입증됐다. 그렇지만 이들도 서해 바다에서는 구조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천안함 침몰사건은 이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했다. 이들이 맞서야하는 악조건을 이해하기는 커녕 이들의 실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진데다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해를 아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실종자를 구조하는 것을 깊은 물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에 비견한다.그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기자는 지난해 6월 진해를 찾아 이들이 받는 훈련을 체험했다. 이들이 받는 기초훈련에 불과했고 잠수한 수심도 불과 몇 미터에 그쳤지만 실신에 가까운 고통을 맛본 적이 있다.그래서 이들 구조대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더욱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구조가 더디다고 이들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굳게 믿는다.

세계최고 수준의 한국해군의 정예요원들조차 혀를 내두르게 하는 서해의 악조건은 크게 4가지다. 빠른 조류, 분간할 수 없는 시계, 깊은 수심, 수온이 그것이다.



◆서해안 조류의 속도는= 30일 당시 백령도인근 조류속도는 최고 5.33노트다. 시속 10km에 해당한다. 미 해군은 조류속도가 1노트 이상이면 잠수를 금지하고있다.
이 정도 물살은 얼마나 거셀까? 물속에서는 1노트만 돼도 몸을 가누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잠수사들은 안전을 위해 함수에 묶어놓은 안전색을 잡고 내려간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이 안전색을 놓칠 경우 순식간에 몇 백m를 떠내려간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다. 그게 서해의 맨 얼굴이다.


지난해 6월에 기자가 체험을 한 곳은 진해 앞바다 바다 한가운데 잠수보조정 YDK 선상.


잠수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한 고정틀은 바닷물을 머리까지 밀어넣었다. 수면과 가까웠지만 1.5노트 속도의 조류 탓에 한손으로 펌핑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양손은 조류에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했다. 수면위에 나올때는 손에 쥐가 날 정도로 아팠다.



◆분간할 수 없는 시계= 잠수사들의 애를 더 태우는 것은 분간 할 수 없는 시계다. 사고지점 밑바닥은 갯벌이다. 따라서 거센 조류가 흐르면 바닷물은 문자 그대로 흙탕물이 된다. 불과 30cm정도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1m 앞은 전등을 비춰야만 겨우 보인다.


아래로 내려가면 햇빛은 완전히 차단된다. 칠흑 그 자체다. 때문에 잠수사들은 선체를 하나하나 손으로 더듬어 가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체험한 진해 앞바다는 수심 11m였지만 암흑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시간도 오후 2시여서 야간작업을 강행하는 백령도 잠수사들보다는 좋은 여건이었다.


우선 진해 바다 5m아래로 내려가자 귀자 터질 것 같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1m앞 상대방의 얼굴조차도 조금씩 흐려져가는 순간 옆에는 해파리가 지나가 묘한 감정을 돌게 했다. 11m지점에 다다르자 귓속 고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 옆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암흑에 상태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공포감이 엄습했다. 해저 11m에 이르니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지상 11m는 그야말로 천국처럼 느껴졌다.



◆깊은 수심= 천안함 구조요원들은 함미가 빠져 있는 수심 45m까지 잠수한다. 보통 구조가 가능한 수심은 40m다. 바닷물 속은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수압이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고지점 수압은 5기압정도가 된다. 이런 기압을 받으면 몸무게는 5배로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무거워서 팔다리를 옮기가 버겁다.


잠수사들은 그야말로 극한의 환경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은 결코 틀리지 않다.


기자는 실내연습장에서 교관의 지시에 따라 겨우 7m깊이의 물속에 들어갔다. 깊이 2m 정도 들어가자 귀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수압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었다. 손으로 코를 막고 숨을 힘껏 쉬어 귀로 공기를 내보내는 펌핑(pumping)을 계속하라고 했다. 7m까지 내려가 바닥을 찍고 난다음에는 조금씩 조금씩 수면을 향해 올라갔다.



◆살얼음에 가까운 바닷물= 백령도 해역의 바닷물 온도는 현재 섭씨 3도 정도. 이 정도 수온이면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들어갈 경우 한 1시간을 버티기 힘들다고 한다. 저체온증 현상으로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체온이 섭씨 35도 이하로 내려가면 심장, 뇌, 폐 등 주요 장기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하고, 27도 이하가 되면 부정맥이 유발된다. 25도 이하가 되면 심장이 정지해 겉으로 보기에는 사망한 것처럼 보인다.


기자가 체험한 시기는 6월이었다. 그러나 진해 바다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한여름은 머리속에서 싹 지워졌다. 불과 15분 잠수했지만 밖으로 나오는 순간 햇살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입술은 시퍼렇게 변했고 아래 윗니가 부딪혀 딱딱거리는 소리를 냈음은 물론이다.


백령도 해역의 낮은 수온과 찬바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얼음처럼 차갑고,칠흑같이 어두운 바다 저 아래에서 손으로 더듬으며 수색과 구조에 나선 우리 장병들의 노고는 아무리 치하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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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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