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 대기업이 할일이 따로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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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20일 세제지원방안을 내놨다.경제적 약자에게 1조9550억원 규모의 세제지원을 한다는 게 골자다.


'친서민세제지원방안'에는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가 내년 말까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할 경우 500만원까지 사업소득세 등 세금 징수를 면제하는 게 포함됐다.또한 저소득 근로자를 위해 소형 주택 월세 소득공제를 신설하는 방안도 담겼다.

경제위기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 근로자,취약계층,중소기업 등 이른바 경제적 약자를 목표로 삼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생각이 깔려있다. 주지하듯 경제위기로 성장률이 추락하고,이에 따라 고용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주택가 골목길에서 조그만 수퍼마켓 등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영세자영업자들은 생존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에서 일하거나 대기업에서 일해도 연봉 3000만원이 안되는 저소득 근로자들은 고물가와 고금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형편이다. 수입은 늘지 않는데도 각종 공공요금이 뛰고 있어 생활은 빠듯하기만 하다.주택담보대출이라도 있으면 살림살이는 달마다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이날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에서 고통받는 영세자영업자와 저소득 근로자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따라서 효과 유무를 떠나 이런 정책에 찬성한다.그만큼 이들의 삶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들다는 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세제지원 방안은 다른 이율배반적인 정책 혹은 현상 때문에 별 효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인정한다.대기업들이 동네 수퍼까지 하겠다고 달려드는 마당에 정부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대기업이 골목의 수퍼까지 운영한다면 자금이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구멍가게 수준의 영세자영업자가 설자리를 잃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당연히 폐업과 이에 따른 세금 체납,실업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들이 골목골목까지 진출해 있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2000년 26개였던 기업형 수퍼마켓은 지난 7월 현재 428개로 16배 정도 늘어났다.올해부터는 대형마트 1위인 업체까지 뛰어들어 대기업들의 점포확충 경쟁에 불이 붙었다.영세자영업자들이 죽어나는 일만 남았다.


물론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골목상권에도 번듯한 수퍼마켓을 만들어 '제법' 싼값에 물건을 판다면 소비자들이 '이득'을 볼 수 있고 지역상권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쉽게 반박하기 어렵다.자영업자들도 경쟁력을 강화하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갖는다. 밤늦게까지 문을 열어놓고 있는 데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으니 이에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그리고 등록제로 하든,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을 막는 사업조정제를 운영하든,대기업이라고 해서 진출을 막는 것은 '차별'이라는 비판도 합당한 것 같다.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아 자칫 외국업체들이 분쟁 소재로 삼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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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도 과연 대기업이 꼭 골목상권까지 진출해야 할 만큼 경영난에 봉착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10원 20원 붙여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상인들의 밥그릇까지 빼앗겠다는 현재의 모습은 연구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만들고 시장을 개척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해 온 주역인 대기업 답지 않다.규제를 풀면 투자를 하겠다던 대기업 아니던가


정부도 지자체에 권한을 넘겼다고 해서,국회가 나설 것이라는 기대에서,팔짱을 끼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재래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는 골목상권에 파고들면서 자영업자 폐업을 양산하는 사태를 왜 방치하는 지 궁금하다. 중소 수퍼가 영업하고 있는 상권이라면 대기업이 스스로 출점을 자제하는 게 옳다고 본다. 대기업이 할 일이 따로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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