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임혜선 기자]왜색 짙은 가요들을 금지곡이라며 부르지도 듣지도 못하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지금 각종 케이블채널의 간판 드라마 명단에서 일본 드라마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日드, 마니아들에게 파고들다

어린시절 외화라 하면 시청자 대부분이 미국 드라마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다.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지 않았던 1980년대, 지금은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맥가이버'와 '전격Z작전', 'A특공대' 등 미국 드라마는 당시 한국 드라마와 다른 스케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두려움없이 임하라'며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허용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에도 방영이 보류됐던 일본 드라마는 2004년 케이블채널를 통해 하나둘 소개되기 시작했다.

부자 남자가 아니면 사랑을 할 수 없는 여자가 우연히 만난 가난뱅이를 부자로 착각하고 사랑하는 이야기 '야마토 나데시코'와 조폭 집안의 여자가 교사가 되는 이야기 '고쿠센', 선을 볼 때마다 실패하는 한심한 중년남자가 100번째 선을 본 여자에게 또 한 번 프로포즈하는 이야기 '101번째의 프로포즈' 등 만화 같은 이야기들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초기 왜색에 대한 반감으로 마니아층 위주로 일본 드라마는 사랑받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학원물과 호러, 미스테리 추리, 역사, 범죄수사, 가족, 의학, 판타지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케이블 채널들을 통해 방영됐다.

일본 드라마의 마니아층은 점차 확산됐고 일반 시청자들 역시 일본 드라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단지 일본 드라마라서 배제하는 풍토는 사라졌으며 기호에 따라 드라마 내용에 따라 시청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日드, 대세가 되다

현재 케이블 채널 속 드라마의 대세는 미국 드라마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드라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MBC에브리원을 통해 매주 일요일 방영되고 있는 '밤비노'와 '꽃보다 남자 리턴즈'는 국내 팬들로부터 큰 호평받고 있다.

'밤비노'는 후쿠오카에서 대학에 다니던 반 쇼고(마츠모토 준 분)가 방학 기간동안 도쿄 롯폰기의 유명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바카날레'에서 조수로 일하면서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꽃보다 남자 리턴즈'는 한국판 '꽃보다 남자'의 인기를 등에 업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한국판 '꽃보다 남자'를 통해 이미 친숙해진 F4의 일본 멤버들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드라마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SBS 드라마 플러스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단 하나의 사랑'도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대형 보석상점의 외동딸과 변두리 철공소에서 일하는 청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日드, 보는 이유 뭘까

일본 드라마가 꾸준히 마니아층을 넓혀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드라마는 사전 제작되기 때문에 방영되기 전 드라마는 이미 완성된 상태다. 우리나라처럼 촬영장에서 쪽대본을 받아가며 허둥지둥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은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대부분의 일본 드라마는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시청률이 높다고 연장 방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보니 전반적으로 템포가 빠른 드라마들이 많다. 요즘같이 인터넷에 익숙해진 세대들의 기호에 맞다는 평이다.

이처럼 완성도 높은 가운데 전개까지 빠르다 보니 케이블채널 특성상 4회 이상 연속 방송에도 적합하다. 주중에는 거의 TV를 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주말 동안 TV 앞에 누워 시청하기에 제격인 드라마들이 많은 셈이다.

하지만 일본 드라마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국내에서 인기를 가장 많이 끌었던 '대장금'과 '주몽'과 같은 드라마들이 50부작 이상 됐던 것을 봤을 때 아직까지 국내 시청자들은 대작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전문가들은 일본 드라마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요인이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본 드라마 중 살인과 불륜, 성폭행 등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시청하기에 민망하거나 거북한 소재의 드라마들도 적지 않다는 것도 국내 시청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관계자는 "일본 드라마는 온가족이 모여 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내용들을 많다"며 "여럿이 모여 드라마를 시청하는 국내 정서상 대중적인 드라마로 자리잡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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