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구찌사줘" 10대 '플렉스'에 허리 휘는 부모 [허미담의 청춘보고서]
10대 10명 중 5명 "명품 사봤다"
명품 신발·가방…新 '등골 브레이커'로 자리잡아
전문가 "10대들의 과시욕구와 연관"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편집자주]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 고등학교 1학년생 딸 아이를 둔 엄마 김 모(46) 씨는 최근 명품을 사달라고 조르는 딸로 인해 걱정이 많다. 김 씨는 "딸이 최근 들어 자꾸 '구찌' 가방을 사달라고 한다. 친구들은 다 명품가방이 있는데, 자기만 없어서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더라"며 "집안에 돈이 넉넉한 것도 아닌데 비싼 가방을 사달라고 하니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플렉스(Flex)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플렉스'란 '돈을 쓰며 과시하다', '과소비하다'는 뜻으로 일부 청소년의 경우, 부모를 졸라 명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어 학부모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10대들의 자기과시 욕구 등이 플렉스 현상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 청소년은 자신이 과소비하는 이유에 대해 친구들과 함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플렉스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경제력 상황과 관계없이 교우 관계를 위해 떠밀려 과소비를 하는 셈이다.
고등학생 2학년 김모(17)씨는 "반에서 못해도 3~4명 정도는 명품 제품을 가지고 있더라"라며 "그 친구들 SNS를 보면 명품 신발이나 명품 지갑 등을 자랑해놓은 사진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명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그 친구들끼리 무리를 이뤄서 논다"고 하소연했다.
명품 소비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은 관대한 편이다.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 명품을 구매한다는 10대들도 있고, 명품 구매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까지 있다.
지난해 스마트학생복이 중·고등학생 10대 3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명품 소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품을 구매한 적 있다'고 답한 학생은 56.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명품 구매 이유로는 ▲평소 명품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서(27.4%) ▲친구들이 가지고 있으니 소외받기 싫어서(13.1%), ▲유명인(유튜버,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걸 보고 예뻐서(13.1%) 등으로 조사됐다.
또 '명품을 주로 어떻게 구매하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부모님께서 사주신다'는 응답이 39.1%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외에 '내 용돈을 모아 구매한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구매한다'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10대들이 부모에게 값비싼 제품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데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 바 있다. 지난 2011년 겨울 일부 청소년들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패딩만 입어 부모 처지에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이를 두고 '등골 브레이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등골 브레이커란 '부모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제품'이란 말을 의미한다.
그러나 2020년 플렉스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몇십만원 패딩이 아닌 최대 수백만원에 이르는 명품 신발, 가방, 등을 부모에게 사달라고 조르고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부모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중학생 딸이 명품 신발을 사달라고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중학교 2학년생 딸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글쓴이는 "(딸이) 평소엔 나이키, 아디다스 신발을 사달라고 하다가 갑자기 50만 원짜리 운동화를 보여주더니 사달라고 한다"라며 "(명품을) 한 번 정도 사줄 형편은 되지만, 한번 사줬다가 또 다른 명품을 사달라고 할까 봐 안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딸이 다른 애들은 다 신는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 했다.
이런 플렉스 현상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18살 고딩의 명품 지갑 소개', '10대의 명품 언박싱', '고딩의 명품 하울' 등의 제목의 영상이 10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울'이란 '끌어오다'라는 영어단어 'haul'에서 따온 이름으로, '물건을 많이 사거나 한꺼번에 쓸어 담는' 후기를 담은 영상을 말한다.
부모 입장에서 감당하기 힘든 플렉스 현상이 10대들 사이에서는 인기 있는 영상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플렉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영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한 누리꾼은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명품을 착용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예전에는 패딩이 유행이었데, 이제는 명품 지갑 같은 걸로 유행이 넘어간 것 같다"며 대체로 이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또다른 네티즌은 "요즘 10대들은 경쟁 사회다. 뒤처지면 끝이다. 학교생활에서 명품이 애들 간의 급을 상징하고, 여자애들과는 다르게 남자애들은 명품을 소지할수록 경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소년 플렉스 현상을 두고 누리꾼들은 대체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해당 현상이 '경쟁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한 유튜브 영상 댓글 화면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10대들 사이에서 과소비하는 현상이 범죄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고등학생 2명이 광주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168만 원 짜리 패딩을 훔쳐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SNS에 훔친 옷을 '플렉스'하는 인증 사진을 올렸다가 덜미를 잡혔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3월에는 훔친 스마트폰을 사용해 은행 계좌에서 4천만 원을 빼돌린 고등학생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이들은 훔친 돈을 가지고 수백만 원짜리 명품 시계와 옷 등을 사는 등 한 달여 동안 3천300여만 원을 탕진했다.
전문가는 10대들 사이에서의 '동조현상'과 '영웅심리'가 '플렉스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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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의 경우, 부모보다는 친구들의 판단이나 의견이 더 중요한 시기다. 이 같은 심리를 '동조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친구들이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 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는 것"이라며 "'영웅심리' 또한 10대들의 플렉스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10대들은 '나는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식으로 자신을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이같은 욕구가 '과시욕'과 연관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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