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지 "환율급등, 이제 시작일 뿐"…부동산거품 꺼지면 주택소유주 줄줄이 빚더미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인도네시아는 최근 미국 양적완화(QE) 출구전략의 유탄을 맞은 신흥국 가운데 하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단계적 축소를 시사하자 루피아화 가치는 떨어지고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등 인도네시아 거품경제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인도네시아 버블경제의 붕괴가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고 최근 전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 쓴맛을 본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로 몰려든 것도 거품경제의 한 원인이었다. 선진국의 초저금리와 QE 프로그램으로 핫머니 4조달러(약 4284조원)가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 유입됐다.
풍부한 유동성은 인도네시아 국채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렸다.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현지 정부가 빚으로 인프라 투자에 나선 결과 신용대출 폭증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루피아 가치가 치솟자 기준 금리를 12.75%에서 5.75%로 인하했다. 이것이 거품경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금리가 내려가자 신용대출과 소비는 급증했다. 인도네시아 경제에서 국내 소비자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60%에 이를 정도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신용대출 성장률은 지난 6년 사이 22%를 기록했다. 비모기지 대출은 지난 5년 사이 세 배로 늘었다. 신용카드 발급은 60% 급증해 정부가 나서 신용카드 사용을 제한할 정도에 이르렀다.
신용대출은 소비를 부채질했다. 신규 자동차 등록이 2004년 이후 세 배로 늘었다. 부동산 구매도 급증해 자카르타와 발리 같은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에 가격 대란이 일어났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지난 1~5월 부동산 관련 주식 가격은 70% 상승했다.
문제는 모기지 버블이다. 2012년 6월~2013년 5월 아파트 구입 관련 대출이 두 배로 늘어 11조4200억루피아(약 1조700억원)에 이르렀다. 인도네시아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많은 주택 소유주가 줄줄이 빚더미 위에 앉게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경제거품의 주범인 중국에서 건설 붐이 사라질 경우 인도네시아가 받을 충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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