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절인 배추, 무 썰어서 게장 담갔던 간장에 황석어젓, 밴댕이젓 등을 넣어 삭힌 것
바로 ‘게국지’다. 소금에 절인 배추와 무를 숭덩숭덩 썰어서 게장을 담갔던 간장에 게의 일종인 박하지, 능쟁이, 황발이를 다져넣거나 황석어젓이나 밴댕이젓 등을 넣어 삭힌 것이다.
‘게국지’란 말이 사투리다 보니 지역에선 겟국지, 갯국지, 깨꾹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서산의 토속 먹을거리다.
배추나 무의 시래기마저도 아깝던 시절, 지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갖은 재료들을 버무려 항아리에 담아뒀다가 간이 적당히 배면 ‘투가리(투거리)’라 불리는 뚝배기에 담아 따끈히 끓여 내는 게 게국지다.
게나 게장국물을 넣으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젓갈을 넣어 담그면 구수하다. 때론 늙은 호박이나 생새우를 넣어 맛을 더하기도 한다.
들어가는 재료가 이렇다보니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그 시절 자칫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이나 무기질을 섭취할 수 있게 돕는 좋은 영양식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처음 담갔을 때 바로 먹으면 말랑말랑하고 연하지만 하얗게 곰팡이가 피어올라 익은 뒤 먹으면 특유의 진한 냄새와 어우러진 짭짜름한 맛이 식욕을 돋운다.
김이 나는 밥 한 숟가락을 구은 김에 얹고 그 위에 게국지를 올려 싸먹는 게 서산식으로 게국지를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이다.
처음 게국지를 대하게 되면 ‘이게 다야?’하고 실망스러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먹다 보면 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우는 밥도둑이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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