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출항해 대서양을 횡단하던 크루즈선 'MV 혼디우스(MV Hondius)'에서 한타바이러스(Hantavirus) 감염이 발생해 사망자가 나오면서 국제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대서양 횡단 크루즈선 'MV 혼디우스'서 감염 사망자 발생
일부 전문가들은 남미 지역의 '안데스(Andes) 바이러스' 가능성을 제기하며 제한적 사람 간 전파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공동 노출이나 환경 감염 가능성도 함께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번 감염은 지난 4월 6일부터 28일 사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확진 2건과 의심 사례 5건이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 첫 환자는 출항 직전 아르헨티나 체류 이력이 있었고, 밀접 접촉자 여성도 이후 숨졌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쥐 등 설치류의 배설물·타액·소변 등을 통해 전파된다. 특히 배설물이 건조돼 공기 중 미세입자로 떠다니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사람 간 감염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미 안데스 바이러스의 경우 제한적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정재훈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에 "첫 사망자의 아르헨티나 체류 이력과 선내 설치류 미발견 정황은 안데스 바이러스 가능성을 열어두게 한다"며 "다만 현재 단계에서 사람 간 직접 전파로 단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이 단순 감염 여부가 아니라 '감염 경로 규명'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폐쇄된 선박 환경에서는 사람 간 전파처럼 보이더라도, 공동 노출이나 환경 오염일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 간 직접 전파 단정 어려워"… 폐쇄공간 역학이 핵심
정 교수는 "같은 식자재나 저장공간 노출, 공조 시스템 내 오염 입자 순환, 공용 침구·수건 등을 통한 간접 감염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환경 노출과 직접 전파는 역학적으로 구분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벤저민 브레넌 영국 글래스고대 바이러스연구센터 교수 역시 "현재 WHO는 설치류 노출과 제한적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혼합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결론은 역학·유전체 분석이 끝나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히 안데스 바이러스 여부가 이번 사태 해석의 핵심 변수라고 본다. 세사르 로페스-카마초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 박사는 "대부분 한타바이러스는 환경 노출이 먼저 의심되지만, 안데스 바이러스라면 사람 간 전파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진단과 유전체 분석, 역학조사가 동시에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 과학자 로버트 노프치시가 지난 4일(현지시간) 뉴멕시코 앨버커키에 있는 뉴멕시코 대학교 보건 과학 센터의 글로벌 보건 센터에서 한타바이러스 연구의 일환으로 비활성 물질 샘플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팬데믹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공기 전파 바이러스가 아니고, 사람 간 감염 사례도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카나리아 보건당국 역학 전문가였던 아모스 가르시아 로하스는 "코로나19처럼 공기 전파되는 바이러스와는 전혀 다르다"며 "안데스 바이러스의 사람 간 감염도 매우 밀접하고 장시간 접촉한 경우에만 드물게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명률은 상당히 높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안데스 바이러스 치명률은 약 40% 수준이며, 한국에서 발생하는 한탄바이러스(Hantaan virus)·서울바이러스(Seoul virus) 기반 신증후군출혈열 역시 치명률이 5% 이상이다.
"코로나와는 전혀 다르다"…한국도 매년 수백명씩 감염
무엇보다 한타바이러스에는 특효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없어 조기 진단과 중환자 치료가 생존율을 좌우한다. 초기에는 발열·근육통처럼 일반 감기와 비슷하게 시작되지만, 이후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나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한국 역시 한타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아니다. 1976년 이호왕 교수가 한탄강 인근 등줄쥐에서 세계 최초로 '한탄바이러스'를 분리했으며, 현재도 국내에서는 매년 300~400명 규모의 신증후군출혈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정재훈 교수는 "이번 사건은 한타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인지도 제고와 조기 보존적 치료 역량 강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폐쇄 공간 역학에서는 직접 전파와 공동 노출을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현재 단계에서 사람 간 감염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