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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을 시니어하우스로

"우리 동네인데, 대기만 200번"…청약보다 치열한 집앞 요양원

[내집을 시니어하우스로] 12-2. 단지서 5분 거리, 치매 엄마 돌봐줄 곳 찾았다
아파트 단지 바로 옆
부모님 모시면 면회 쉽고, 안심

입소자 중 은평구민 50% 안 돼
들어가고 싶어도 대기 200번

거주자 우선 이용권 줘야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에 노인시설 지어질 것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민간 개발사업 공공기여 방식으로 노인 전용 돌봄 시설을 기부채납 받아 수색13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지에 건립한 곳이다. 사진=강진형 기자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민간 개발사업 공공기여 방식으로 노인 전용 돌봄 시설을 기부채납 받아 수색13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지에 건립한 곳이다. 사진=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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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앞 '시립 은평실버케어센터'… 정원 75명은 이미 꽉 차

서울 은평구 수색동의 거대한 신축 아파트촌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5층짜리 새 건물과 마주한다. 언뜻 보면 천지개벽한 동네의 주민 편의시설 같지만 사실은 아픈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요양원이다. '시립 은평실버케어센터'는 작년 5월 문을 열었다. 월 90만원 정도의 가격이나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아야 입소할 수 있는 조건은 여느 요양원과 다름없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정비사업 조합에서 기부채납한 땅에 지은 첫 번째 요양원이라는 점이다. 수색13구역 재개발 조합은 요양원 부지로 2800㎡(약 850평)를 기부채납했다. 요양원 정원 75명은 일찌감치 찼다. 지금은 대기자만 200명이 넘는다.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민간 개발사업 공공기여 방식으로 노인 전용 돌봄 시설을 기부채납 받아 수색13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지에 건립한 곳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 규모의 공공 노인요양시설로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사진=강진형 기자

아파트 단지서 5분… "자주 뵐 수 있어 너무 좋아"

한보미 은평실버케어센터 원장은 "요양원은 사람들이 사는 곳과 떨어진 대로변에 있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이곳은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자리 잡았다"고 했다. 접근성이 좋으니 부모님이 이곳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은 면회를 자주 올 수 있다.


한보미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 원장이 24일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한보미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 원장이 24일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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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수씨(53)도 그렇다. 고향인 부산의 요양원에 계시던 홀어머니를 얼마 전 이곳으로 모셔왔다. 한씨는 "KTX를 타도 왕복 하루가 걸리니 일 년에 몇 번 뵙지 못했는데 이제는 저녁에 일찍 퇴근하거나 주말마다 만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요양원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요양원 바로 건너편 수색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이분연 할머니(76)도 요양원에 자꾸 시선을 빼앗긴다. "여기 아파트에 노인들이 많이 살아. 노인천국이야. 내 집 앞 저런 시설에 들어가면 몸이 아파도 살던 동네에서, 아는 이들 곁에서, 고독하지 않게 살다가 갈 수 있겠지. 그러니 자꾸 눈길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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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노인시설 늘리기 위해 '주민 우선권' 줘야

그런데도 요양원 직원들은 주민들에게 빚진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요양원 문을 열기 전, 직원들이 아파트에 사는 어르신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나도 아프면 여기 들어갈 수 있냐"였다. 그때마다 직원들은 난처한 얼굴로 "선착순으로 입소 신청을 하실 수 있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다"고 대답해야 했다. 현재 입소자 중 은평구 주민은 50%가 채 안 된다.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옥상정원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옥상정원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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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채납을 통해 지은 요양원인 만큼 주민들이 우선 입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조합도 마찬가지다. 주재형 수색13구역 재개발 조합장은 "요양원 기부채납을 하면서 용적률 혜택을 받았다"면서도 "그래도 제공한 부지가 200억원, 건물 짓는데도 200억원, 총 400억원이라는 큰돈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단지에 있는 유치원의 경우 아파트 주민이 70% 정원 할당을 받는다"며 "그렇다면 요양원도 주민들에게 전체 입소자의 일정 비율은 할당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에서 어르신이 요양보호사와 함께 옥상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에서 어르신이 요양보호사와 함께 옥상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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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국회의원도 만나고 서울시도 찾아갔지만 매번 허탕이었다. 노인장기요양법에 주민 할당과 관련된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 조합장은 "법을 바꿔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줘야 다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도 노인복지시설을 적극적으로 만들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부동산업계도 정비사업 단지에 노인복지시설을 지을 때 거주자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청약에도 지역우선공급제도가 있다"며 "예를 들어 택지개발지구에 집을 지을 때 공급지역이 경기도 평택이라면, 평택 거주자에게 30%, 경기도 거주자에게 20%, 수도권 거주자에게 50%를 우선 공급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 생활실에서 한 어르신이 침대에 누워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 생활실에서 한 어르신이 침대에 누워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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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 생활실에서 어르신이 티비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24일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 생활실에서 어르신이 티비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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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청약처럼 내 아파트에서 기부채납한 땅에 요양원을 짓는다면 우선 이용권을 주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며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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