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찢어질 것처럼 아파요."
지난 9일 찾은 서울 중구의 광화문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명(경찰 추산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경찰의 방어벽을 뚫은 것은 시위대가 아닌 이들이 낸 소음이었다. 주최 측이 스피커를 틀자 광화문 왕복 12차선 도로 전체에 집회 구호가 울려 퍼졌다.
2024년 12월 15일(일)
이지은기자
심성아기자
입력2024.11.26 14:33
수정2024.11.26 15:27
01분 43초 소요
①중복소음, 근원지 파악 난항
스피커 줄였다 키우며 규제 회피
전문가 "확성기 규정 재정비해야"
"귀가 찢어질 것처럼 아파요."
경찰은 대통령령이 정한 소음 기준에 따라 등가소음도와 최고소음도 두 가지 방식으로 소음을 측정한다. 등가소음도는 10분간 발생한 소음의 평균값으로, 주거지역을 제외한 광장 등 도심 지역은 주간 기준 70㏈을 넘어서는 안 된다.
최고소음도는 1시간에 3번 이상 90㏈을 넘어서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한다. 경찰은 규정을 위반한 집회 주최자에게 1차로 소음 유지 명령서를 발부하고, 소음이 지속되면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여러 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중복 소음을 내는 경우다. 특히 대규모 집회의 경우 여러 단체 또는 1인 시위자가 제각기 확성기 소음을 내는 사례가 많아 소음 주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현행법에는 중복소음을 분리해 계산하고 단속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보니 여러 단체의 소음이 뒤섞이는 집회의 경우 허용 기준을 넘어서도 제재가 쉽지 않다.
실제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인파 속에서 확성기로 연설을 하는 1인 시위자들이 일부 눈에 띄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현장에서 동시에 확성기 3~4개가 재생될 경우 10분간 소음 값의 평균을 내야 하는 등가소음도를 측정하기 어려워진다"며 "시위대를 온종일 지켜보다가 최고소음도를 위반하면 소음 유지명령을 내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회 소음 측정 기준을 교묘히 피해 가는 꼼수 시위자도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집회 현장에서 만난 경찰관은 "등가소음도 측정 시 10분간 동일한 ㏈의 소음을 송출해야 한다는 점을 파악해 일정 시간 스피커를 틀었다가 줄이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하는 이들이 있다"며 "일부 시위자들은 소음 규정의 모호한 경계선에 맞춰 음향 전문가 수준으로 소리를 조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법을 단속하고자 경찰청이 2020년 최고소음도를 측정 기준에 포함하는 집시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하지만 해당 경찰관은 "최고소음도는 1시간에 3번 이상 ㏈ 기준을 어겨야 규정 위반에 해당하기에 2번 규정을 초과했으면 잠시 소음을 멈추는 식으로 단속을 피해 간다"고 전했다.
일본은 시위 현장으로부터 10m 떨어진 지점에서 순간 최고 소음이 85㏈을 초과할 경우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경찰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6개월 이하 징역형이나 20만엔(약 18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한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확성기를 10분간 사용한 뒤에는 10분 이상 또는 15분간 사용을 멈추도록 하는 규정을 조례에 명시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경우 확성기 사용 시 집회 신고 외에도 별도의 소음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집회가 며칠간 지속될 경우 소음 허가 신청서를 하루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누려야 할 주거의 평온함에 비춰봤을 때 현행 ㏈ 기준은 제재 수위가 낮다고 본다"면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집회 신고 기재 사항에 확성기 종류와 대수를 사전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경찰이 확성기 종류에 맞춰 ㏈의 최대 기준치를 정해주고, 이를 넘는 순간 제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