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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상경기

1000억원 넘은 난임 시술비 지자체 지원…1위는 '경기'

편집자주합계 출산율 0.72명 시대. 서울의 유명 난임 병원 앞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동서고금 유례없는 저출산 추세가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전국 난임 환자는 25만명. 모든 의료 인프라가 서울로 집중된 현실 속에서 아이를 갖기 위해 '원정 치료'를 떠나는 지방 난임 부부들은 오늘도 고통받는다.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지역 간 의료 불평등이 임신, 출산을 간절히 바라는 난임 부부들의 앞길을 막는다. 저출산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갖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지방 난임 부부의 원정 치료 실태를 들여다본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가 지급하는 난임 시술비 지원 규모가 지난해 1000억원을 넘어섰다. 난임 환자 증가로 인공수정, 체외수정(시험관) 시술 등 보조생식술을 받는 난임 부부가 빠르게 늘면서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급되는 난임 시술비 지원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인구수 등에 따라 지자체별로 지원 규모가 20배 이상 큰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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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시·도 시술비 지원 2년 새 57%↑

아시아경제가 17개 광역 시·도에 난임 시술비 지원 사업을 통해 최근 3년간 지원한 건수와 금액을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지난해 17개 시·도의 난임 시술비 총 지원금은 1058억8231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673억3196만원이었던 17개 시·도의 난임 시술비 지원금은 2022년 893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증가세를 이어갔다. 17개 시·도의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건수는 2021년 10만8000건에서 1년 만인 2022년 13만건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15만3531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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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6년부터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을 계기로 2022년 시술비 지원 사업 일부가 국가 중심에서 지자체 중심으로 이양됐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과 본인부담금 의료비를 지원하는 정부형과 지자체형 지원은 지원 횟수와 규모 등을 지자체가 직접 결정한다.


17개 시·도 가운데 난임 시술비 지원 건수와 금액이 가장 많은 지자체는 경기도였다. 경기도는 난임 부부에 지난해 4만8023건, 392억800만원을 시술비로 지원했다. 2021년 199억원 수준이었던 경기도의 난임 시술비 지원 규모는 2022년 300억원, 지난해 4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지원 건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제주도(1949건), 지원 금액이 가장 적은 지역은 세종시(14억원)였다. 17개 시·도 중 인구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지원 건수와 금액이 인구수가 가장 적은 두 지역인 제주와 세종의 각각 25배, 28배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신혼부부 수로 봐도 2022년 경기도는 30만쌍을 넘기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었던 반면 제주도와 세종시는 1만쌍 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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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난임 시술비 지원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난임 환자 증가와 더불어 난임 시술 진료비도 빠르게 늘고 있어 지자체가 지원 기준을 완화하고 규모를 확대하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 시술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019년 136만3000원에서 2022년 193만8000원으로 42%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5년 새 1인당 236만9000원에서 335만1000원으로 41% 늘었고, 남성은 18만4000원에서 22만2000원으로 21% 늘었다.


매해 태어나는 신생아 10명 중 1명은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나는 것으로 집계된다. 지자체의 난임 시술비 지원이 임신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10~30%대로 차이를 보였다. 서울시의 경우 2021년 27.8%→2022년 26.6%→2023년 19.7%로 변화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원 횟수 증가에 따른 고차수 난임부부 시술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임신율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서 임산부 등록을 하면 나눠주는 임산부 안내 책자, 뱃지 등이 들어 있는 꾸러미가 동대문구보건소에 비치 되어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난임병원 당장 유치 어려우니 "교통비 지원"

저출산 문제가 악화하고 난임 부부들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각 지자체에서는 시술비 지원 외에 다른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방에서 타 지역으로 난임 치료를 다니는 부부를 위한 지원 중 하나가 바로 교통비 지원 사업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병원을 오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이 생긴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난임 시술 지원을 받은 제주 시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난임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교통·숙박비가 '1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0.7%로, 전국 응답률(57.4%·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설문조사)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100만~3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률은 제주(30.1%)가 전국(25.7%)보다 많았다. 난임 시술비에 그만큼 비용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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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전문 병원을 당장 유치하기 어려운 지자체는 교통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2019년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난임 치료 교통비 지원 정책을 만든 울산 울주군은 최근 5년간 난임 부부들에게 교통비로 1948건, 7억7259만원을 지급했다. 올해도 1~8월 중 161쌍 부부에 1억4210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했다. 울주군은 당초 시술 차수마다 1회 5만원, 최대 10회 50만원을 지원하다가 지난해 1회당 10만원, 연 최대 10회 100만원으로 지원 규모를 2배로 확대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울산 내 난임 시술의료기관을 제외한 부산, 대구 등 타시도 의료기관 이용률이 23% 정도 차지해 상당수가 교통비 지원이 경제적으로 도움된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경북 상주시도 2020년 같은 제도를 도입해 현재까지 2000만원 이상 예산을 투입했다. 전남 진도군과 강원 평창군도 올해부터 난임 부부를 대상으로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 평창군 관계자는 "관내에 산부인과가 있지만, 난임 진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난임 치료를 하는 관내 부부 중 강원도에서 진행하는 비율은 30%, 서울과 경기도로 가는 경우가 70% 정도"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강원 영월, 전남 광양, 전남 무안 등 지원 신설 절차가 진행 중이다.


난임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지원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난임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지원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다만 이러한 교통비 지원이 지자체의 결정으로 극히 일부에서만 제공되고 금액도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여러 지자체가 교통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쏠림 현상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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